[2021 하반기경제정책] 원자력 지우기 나선 文정부…해상풍력 수용성 확보 안 된 채 강행
입력 2021.06.28 17:23
수정 2021.06.28 17:22
정부, 하반기 신재생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푼다
'원자력' '원자력발전소' '탈원전' 언급조차 없어
해상풍력 계통망 건설 수용성 해결 없어 논란 예상
문재인 정부가 하반기에도 신재생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풀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집권 초 발표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원칙을 집권 말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투철한 소신이 담겼다.
그러나 신안과 서남해 등 초대형 해상풍력 송변전설비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은 예사롭지 않다. 주민수용성에 대한 대안이나 민-관 협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사실상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경제정책을 통틀어 원자력발전소 정책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상 탈원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와 여론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함께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해상풍력 송전선로 건설 강행하는 정부…지역민 반발 대안 부재
정부가 올 하반기 신재생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풀어나가되 해상풍력을 큰 줄기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놨다.
해상풍력은 신안과 서남해가 대표적이다. 신안 해상풍력은 한전과 SK E&S, 한화건설 등 민간과 공공 기업이 함께 참여해 전남 신안 앞바다에 8.2GW 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한다. 8㎿ 해상풍력기 1025기를 짓는 초대형 사업이다. 서남해 해상풍력은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가 출자해 설립한 한국해상풍력이 전북 고창군에 2.46GW 규모 풍력단지를 짓는다.
두 사업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과 당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판 그린뉴딜을 선언한 직후 현장을 처음으로 방문해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안 해상풍력 역시 올해 2월 신안군에서 열린 협약식에 직접 참여해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을 가속화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을 집적화단지로 지정해 적기 착공을 지원하고 인허가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풍력 입지발굴에서 인허가까지 전(全)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샵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및 시행령 등 하위규정 마련을 추진한다.
한편으론 해상풍력 송변전설비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해당 지역민과 정부 간 갈등 국면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하반기경제정책을 통해 올해 10월 해상풍력·태양광 등 지역별 수요 예측을 통해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송해상풍력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요지역으로 끌어오려면 고압선 철탑 등 송변전설비를 바다와 육지를 가로지르는 구간에 대량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삶의 터전과 조업 구역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는 현지 어업인들의 저항이 거세다. 실제로 서남해 해상풍력 부안 반대대책위 주민들은 "새만금방조제가 생긴 후 어획량이 급감했는데 위도 인근까지 막히면 어민들은 다 죽는다. 풍력단지 개발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여러차례 요구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서 해상풍력 비중을 2030년까지 12GW대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음에도 주민 반발로 현재까지 고작 1% 달성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지역수용성 해소 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신재생 계통망 설치를 강행하면서 갈등 국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탄소 전원' 원전 언급 0건…'오염물질' 내뿜는 LNG 적극 지원
하반기경제정책을 통틀어 원자력발전소 정책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상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되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정부 탈원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 때 원자력을 폐지하겠다며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다. 원전을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줄여 60여 년 후인 2082년에는 더 이상 원전은 우리나라에 없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년 앞서 건설이 예정돼 있던 6개 신규 원전 중 4기(천지·대진)는 취소, 2기(신한울 3·4호기)는 무기한 보류했다.
하지만 최근엔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 중립과 탈원전 정책이 정면으로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전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인 데다 원전 없이 탄소 배출 없는 전력 수급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하반기경제정책 근간에 흐르는 중심 기조 역시 '탄소 중립'이다. 에너지 혁신, 신산업 분야 기술 확보, 친환경 산업 추진 등 정부가 힘을 줘 추진하는 모든 계획이 궁극적으로 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로 추진된다.
특히 하반기경제정책에서 정부는 하반기 신규 투자 프로젝트 추가 발굴을 추진하겠다면서 A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건립에 무려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정부는 2030년 원전 비중은 30%에서 18%로 낮추면서 LNG는 20%에서 37%로 2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다수 학계 연구에 따르면, LNG는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와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 중 하나로 꼽히는 미연탄화수소 등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낸다. 신재생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백업발전을 LNG를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LNG를 늘리겠다는 것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졌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번 하경방은 원전 없이 신재생에너지로만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인데 사실상 무리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