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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61)] ‘몽환적 무드를 연주하는’ 밴드 윌리의 아이덴티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6.23 15:26
수정 2021.06.23 15:30

6월 16일 첫 EP '레이어' 발매

첫 싱글 발매 후 1년 2개월 만

ⓒWILLY

싱어송라이터 허재를 중심으로 밴드 윌리(WILLY)가 탄생했다. 지난해 데뷔 싱글 ‘드리머스’(Dreamers)를 발표하면서 ‘몽환적인 무드를 연주하는 밴드’로 야심차게 첫 출발을 알린 이들은 ‘인디스땅스 TOP20’ ‘2020 MBC 아시안탑밴드 TOP10’ 등에 이름을 올리며 활동을 이어갔다.


첫 싱글의 제목처럼 윌리의 음악은 몽환적인 신디사이저의 사운드와 오리지널 밴드 사운드를 결합해 다채로운 색감을 선보였다. 싱글 발매 이후 1년 2개월 만에 내놓은 첫 EP앨범 ‘레이어’(LAYER)는 이들의 색깔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윌리의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는 앨범”이라고 소개한 만큼, 이번 앨범은 윌리의 시작과 과정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 하다.


-리더인 허재 씨가 팀을 꾸렸다고요. 홀로 활동하시다가 밴드를 구성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허재: 처음 음악을 듣고 가슴이 움찔했던 순간이 어릴 적 해외밴드 음악을 들었을 때였어요. 기타를 치고 혼자 노래를 했지만, 항상 밴드를 만들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의 힘을 알게 된 순간부터 저는 이미 밴드를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윌리’가 만들어졌죠.


-팀원을 구성한 과정도 궁금해요.


허재: 혼자 음악을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 각자 좋아하고 지향하는바가 같으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어느새 같은 꿈을 꾸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뿐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도 모든 부분에 해당되는 말 같습니다. 친구로서 서로의 음악관을 잘 알고 있는 상황이라 제가 밴드 제안을 했을 때 모두가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인성에 대한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모든 걸 같이 결정하고 합을 이뤄야하는 ‘팀’이기 때문에 아무리 음악성이 좋고 잘해도 1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음악성, 음악에 대한 가치관, 창의성 등이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얼굴’도 봤습니다. 다들 잘생겼거든요. 하하.


-팀 이름은 밴드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도구가 되기도 하죠. ‘윌리’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허재: 사실 큰 의미가 있진 않아요. 굉장히 1차원적이고 직관적인 느낌으로 ‘윌리’라는 팀 이름을 부르고 썼을 때 저희가 만드는 음악들이랑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거든요. 거창하고 멋들어진 의미를 담기보단 첫인상이 중요한 밴드 이름으로는 직관적이고 느껴지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조어 혹은 많은 단어들을 노트에 많이 적어보다가 윌리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띄었고, 이게 우리 팀 이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주저 없이 정했던 기억이 있네요. 멤버 정훈이의 의견이었어요.


-지난해 첫 싱글을 내고 1년여 만에 신보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허재: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싱글 발매 후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인디스땅스2020’에 지원했고, 901팀 중 TOP20에 들었어요. 덕분에 재밌는 공연, 인터뷰도 했고요. 컴필레이션 앨범도 발매했습니다. 그 후 바로 MBC 경연프로그램 ‘아시안탑밴드’에도 출연해 TOP10에 들었고요. 지난해는 정말 정신없이 흘러간 것 같아요. EP앨범 준비를 하면서 각종 대회와 방송을 병행하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WILLY

-이번 앨범 ‘레이어’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허재: 음악을 들었을 때 ‘아 이 앨범에 왜 ’레이어‘란 제목이 붙었는지 알겠다’라는 직접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오션사이드’(Oceanside)를 들었을 때 바다의 낭만을 느낄 수 있도록 음악과 곡 제목 자체의 연관성에 신경을 썼어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과 선택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상당부분 겹쳐지는 일들이 많고 음악 또한 예외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로 ‘레이어’라는 앨범명을 선택하게 됐고, ‘음악과 삶은 겹쳐있다’ 혹은 ‘삶의 모든 일들은 겹쳐있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앨범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Jarry: 보통 한사람이 트랙의 바탕을 잡으면, 그것을 기준으로 각자의 의견을 모아 곡을 완성해ㅏ가는 과정을 거쳐요. 특히 이번앨범은 믹스를 중점적으로 정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서브타이틀곡인 ‘나이트’(Night)는 톤스튜디오의 김대성 기사님이 믹스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저희의 첫 EP앨범이기 때문에 앨범의 모든 곡을 들었을 때 윌리의 컬러를 확실히 느낄 수 있게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김유민: 곡을 만들 때 멤버들의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서로를 이해시키는 방식으로 자기 의견을 어필하고, 그 의견을 멤버 모두가 정확히 이해하고 동의하면 그 사람의 의견으로 진행합니다. 한 명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 생기면 다 같이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6개의 곡들 중에 멤버들 각자 애착이 가는 곡, 또 가장 작업이 힘들었던 곡도 있을 것 같아요.


Jarry: 개인적으로 2번 트랙인 서브타이틀 ‘나이트’가 가장 애착이 가요. 주로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많이 접하고 듣는 편인데, 언젠가 저희가 작업을 끝내고 혼자 차에서 돌아가는 길에 미완성된 ‘나이트’를 들으며 집을 가는데 ‘아 이거다!’라고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가사, 멜로디, 사운드 등 모든 게 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또렷하네요. 가장 작업이 힘들었던 곡은 마지막트랙 ‘노이즈’(Noise)에요. 기존 밴드라는 이미지에서 나올 수 있는 곡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곡이에요. 그만큼 멤버들마다 생각하는 의견도 달랐기에, 이곡을 완성해 나가는 게 제일 고된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JEONGKO: 허재와 함께 작사한 ‘컬러스’(Colours)에 가장 애착이 가요. 베이스 라인이 매력적인 곡이고, 드럼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리듬이에요. 곡 분위기 역시 길을 걸어가면서 듣다보면 전투력 강해지는 느낌이랄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힘든 건 없었어요. 다만 앨범에 실을 곡을 선정하는 것에 있어서 의견 조율을 하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만큼 좋은 앨범이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김유민: 전 ‘오션사이드’가 애착이 가요. 앨범 준비 막바지에 마지막으로 한 곡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다른 곡과 고민을 많이 했었고 작업하는 과정 또한 제일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반대로 제일 어려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곡이 완성되었을 때 기쁨이 다른 곡들보다 조금 더 컸던 것 같아요.


허재: 타이틀곡 ‘소피아’요. 말하다보니 멤버들이 모두 다른 곡들을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신기하네요. 개인적으로 ‘소피아’가 가장 짜임새 있고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졌어요. 물론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로 좋아하고, 그만한 이유들이 있지만 이 곡이 그런 부분에서 저에게 가장 크게 와 닿았거든요. 힘들었던 점은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유민이가 말했던 것처럼 앨범 준비 마지막 즈음에 원래 수록하려 했던 곡을 과감히 엎고 새로운 곡을 만들고 다시 다듬었던 기억이 있어요. 멤버들에게 이정도 과감함은 있어야한다며 강행했던 작업이었지만 기한에 대한 압박 때문에 힘든 기억이 있어요.


ⓒWILLY

-이번 앨범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을 전달해 주자면요?


Jarry: 사실 이번 앨범을 다 작업하고, 발매 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었을 때 어느 여름밤 루프탑 같은 공간에서 이 앨범을 즐겨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타이틀곡 ‘소피아’는 뮤직비디오도 함께 곁들여서 들어주신다면 그만한 팁은 또 없을 것 같아요.


-지난 싱글에 이어 이번 앨범 수록곡들도 모두 영어 가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허재: 저희가 모든 곡을 영어로 표기하고 부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구상 모든 언어는 각각 고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향하고 리스너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사운드, 곡의 분위기에는 영어가 주는 텍스처 자체에 무드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어요. 언어 자체의 발음 느낌 또한 음악의 일부분이고 악기라고 생각했을 때 저희는 단지 영어라는 악기를 사용했을 뿐입니다. 다만 언제 또 지향하는 바가 달라진다면 또 다른 언어를 쓸지 모르죠. 전설적인 밴드 시규어로스가 이 세상 어떤 언어도 아닌 그들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언어로 노래하는 것처럼.


-‘레이어’를 통해 밴드 윌리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JEONGKO: ‘레이어’는 저희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음악, 비주얼, 스타일 등의 아이덴티티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대중성과 음악성 둘 다 갖고 있는 팀이라고 인식되었으면 좋겠네요.


-대중성과 독창성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죠.


허재: 사실 이 부분은 모든 아티스트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감히 생각을 해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첫 째는 차라리 대중성과 독창성에 대해 아무 고민을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음악으로 끝까지 파고들어서 그 분야 혹은 장르에서 최고가 되는 거죠. 두 번째는 대중성은 말 그대로 리스너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 음악이란 문화 자체가 답이 있는 게 아니다보니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트렌드 안에서 내가 표현하고자하는 메시지 혹은 사운드 등을 녹여내면 나만의 독창성과 대중성 그 두 가지를 다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WILLY

-소셜 펀딩도 함께 진행했다고요. 결과는 어땠나요?


김유민: 일단 저희가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앨범 비용 부분이었습니다. 원하는 사운드를 위해서는 저희가 원하는 곳에서 믹스, 마스터를 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소셜 펀딩으로 조금 더 좋은 퀄리티로 앨범을 내자는 의견이 나왔죠. 물론 결과는 저희가 정해놓은 목표 금액을 훨씬 넘게 달성을 해서 성공적인 펀딩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펀딩 진행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김유민: 멤버 모두가 소셜 펀딩을 직접 진행을 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물을 어떻게 선정을 하고,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지에 대해 수정을 거듭하면서 고민 끝에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희가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저희가 생각한 일정대로 진행이 되지 않아서 그 부분을 계획에 맞게 진행시키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도 펀딩을 해주신 많은 분들께 선물을 최대한 좋은 퀄리티로 신속하게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멤버들이 두 발로 뛰어 열심히 마무리했습니다.


-아무래도 인디 뮤지션들이 활동에 있어서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크죠. 많은 뮤지션들이 음악활동 외에 ‘투잡, 쓰리잡’을 하는 경우도 많고요. 밴드 윌리의 멤버들은 어떤가요?


Jarry: 사실 많은 아티스트들의 고민이자 고충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밴드 윌리의 멤버들은 그래도 윌리 활동 전부터 음악을 꾸준히 해오던 사람들이기에, 윌리의 멤버인 동시에 또 다른 팀의 세션을 맡고 있는 멤버도 있고, 이런저런 다른 음악들을 연주하고 녹음하며 밴드 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웬만하면 음악활동 외에 다른 활동보단, 음악에 집중하고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활동으로 쇼케이스도 준비하고 있죠.


Jarry: 네, 맞아요. 소셜 펀딩에서부터 예고를 해왔던 일정인데요. 앨범을 발매하고 저희의 첫 단독 쇼케이스인만큼 모든 부분에서 멤버들 전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 공연장소와 블라인드 게스트, 날짜를 컨택한 상태이며 아마 곧 정식으로 포스터와 함께 밴드 윌리 공식 SNS계정(인스타그램: band_willy)에 공지 글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웃음).


-윌리의 음악적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허재: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 삶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든 멤버들 모두 음악적 성향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뿌리는 바뀌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희 모두가 마음속 깊이 지향하는 음악성은 바뀌지 않지만 더 새롭고, 도태되지 않는 음악으로 항상 찾아올 예정이에요. 기대 많이 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윌리의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JEONGKO: 최종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나가 있다면 멤버들도 같은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꼭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에 서보고 싶어요. 세션으로는 많이 서봤지만 우리의 음악으로 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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