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조기달성 선언한 최태원…SK 계열사별 대응 상황은?
입력 2021.06.23 11:26
수정 2021.06.23 11:27
SK이노베이션, 그린밸런스 2030 업그레이드판 내놓을 듯
SK하이닉스, RE100 가입·그린본드 발행 등 친환경 행보
SK텔레콤, ICT 기술·인프라·네트워크 총동원 넷제로 대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룹 전체 차원의 ‘넷제로(탄소중립)’ 조기 추진을 주문하면서 SK 각 계열사들도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환경정책 마련에 나선다.
SK CEO들은 이날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자는 넷제로 추진을 공동 결의했다.
이번 넷제로 공동 결의는 SK그룹사들이 2050년 이전(‘2050-α’)까지 CO2 등 7대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사별로 조기달성 목표를 수립하고, 최소 10년 단위로 중간목표를 설정해 그 결과를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0년 그룹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약 35%, 2040년까지 약 85%를 감축, 기후 대응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날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넷제로 달성 목표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SK머티리얼즈가 2030년을 목표로 잡은 게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보다 최대 20년가량 앞서야 하는 것이다.

당장 대응이 시급한 곳은 업의 특성상 탄소 배출이 많은 에너지·화학 분야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 2019년 5월 기자간담회에서 전년도 환경 영역 SV(사회적 가치) 부정효과가 1조4000억원에 달했다며 환경 분야에서 다양한 SV를 창출해 2030년까지 이 분야의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한다는 ‘그린밸런스 2030’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에도 김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신년사에서 그린밸런스 2030의 이행을 강조해 왔으며, 특히 올해는 친환경 에너지와 소재 중심(Green Energy & Materials) 기업을 방향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SK이노베이션 및 자회사들은 ▲핵심 생산거점인 SK 울산CLX에 화학물질 통합관리시스템·오염물질 배출 저감장치 등 거액의 친환경 설비 투자 ▲배터리 생산에서 재활용까지 밸류체인의 전 과정을 플랫폼화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 추진 ▲SK주유소와 내트럭하우스에 태양광 발전과 및 전기차 충전 서비스 도입 등 그린밸런스 2030 이행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넷제로 조기달성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제시된 만큼 탄소배출 저감 및 상쇄 효과 창출 노력도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넷제로는 기존 그린밸런스 2030보다 강화된 목표로, 기존 전략보다 더욱 신속하고 효과가 큰 친환경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또 다른 주력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가입하고 오는 2050년까지 소비하는 전력량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같은 목표는 그룹 차원의 넷제로 조기 달성 전략에 따라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에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10억 달러 규모 그린본드(Green Bond)를 발행한 바 있다. 그린본드는 환경친화적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 채권으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 이를 발행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SK하이닉스는 그린본드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성이 매우 높은 물 관리를 위해 신규 최첨단 폐수 처리장 건설과 용수재활용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와함께 IT 산업 전반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저전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Solid State Drive) 개발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저장장치 중 하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SSD로 대체해 가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제품 기술력의 진보는 물론, IT 기기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경 분야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HDD를 저전력 SSD로 대체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3% 이상 저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등 비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탄소배출 이슈에 직접적인 연관은 크지 않지만 ICT 기술,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비롯한 역량을 총동원해 다양한 방법으로 넷제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말 RE100에 가입한 SK텔레콤은 올해 2월 한국전력공사와 연간 44.6GWh 분량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인증에 관한 ‘녹색프리미엄' 계약을 체결하고, 확보된 전력을 분당·성수 ICT 인프라센터에서 활용키로 하며 본격적인 이행에 나섰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태양광·풍력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 사용을 인정받기 위해 한전에 추가 요금(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해당 금액만큼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는 제도다.
그밖에 ▲3G와 4G 장비 통합을 통한 전력 사용 절감 ▲기지국 트래픽 부하량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모니터링해 전력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솔루션 적용 ▲공장 전력비용 컨설팅·관리 서비스 ‘E-옵티마이저(E-Optimizer)’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