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野 동의 없는 임명 줄줄이 강행?...'청문회 무용론' 고개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1.05.05 12:38
수정 2021.05.06 19:40

임혜숙·박준영·노형욱, 갖가지 논란에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될 듯

文대통령 임명 강행할 경우 '야당 패싱' 장관급 인사 30명 넘어가

'청문회 무용론' 제기 불가피…野 "이런 후보 내는 정부여당이 문제

후보자 사과나 듣자고 허비되는 청문회…부끄럽고 죄송하지 않나"

여야가 5개 정부부처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실시했지만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인사청문보고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르면 6일부터 임명 절차가 진행될 전망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임명 강행 방침을 유지할 경우 '청문회 무용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문승욱 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만 여야의 합의로 채택했다.


청문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쏟아진 안경덕 고용부장관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부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기부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수부장과 후보자의 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단 특별한 도덕적 결함이 발견되지는 않았단 평가가 나오는 안경덕 고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6일 뒤늦게 채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사청문회법은 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안에만 국회의장에게 청문보고서를 내면 된다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임혜숙 후보자와 박준영 후보자의 경우 사실상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의 수위가 상당했고, 청문회 자리에서도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만큼 야당이 적격·부적격 여부를 떠나 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의당마저 두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려 놓은 상황이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그간 정의당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한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이 대부분 낙마한 것을 겨냥해 붙여진 명칭이다.


임혜숙 후보자는 자신의 남편을 제자의 논문에 18차례나 공동 저자로 올려 불거진 '논문 내조 의혹', 13차례에 달하는 위장전입 사실과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교수 재직 시절 하와이 학회 출장에 가족을 동반한 사실 등 다양한 논란이 쏟아졌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임 후보자를 가리켜 '여자 조국'이라며 "임 후보자가 임명되면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에 '터보 엔진'을 달게 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박준영 해수부장관 후보자를 향해서는 배우자의 고가 도자기 밀수·불법 판매 의혹이 집중적으로 검증의 대상이 됐다. 해당 의혹은 박 후보자가 주영 한국대사관에 재직했을 당시 배우자가 고가의 도자기를 대거 구매한 후 지난 2018년 귀국하며 이 물품들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외교관 이삿짐' 명목으로 반입해 판매까지 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청문회장에서 박 후보자가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도자기 구매량이 총 1250여점에 달하는 점과 문제가 된 샹들리에 8개를 모두 집에서 사용했다는 안일한 해명이 추가 논란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노형욱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세종시에 특별공급 받았던 아파트에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고 추후 80%의 시세차익만 남기고 되팔아 야권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더해 노 후보자가 자식들을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 처제의 집으로 위장전입 시켰던 사실도 드러났다. 노 후보자도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며 "경위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정치권의 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자들의 임명이 현실화될 경우 문재인 정부 아래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되는 장관급 인사의 수가 30명을 돌파하게 된다.


아울러 국회가 정부 부처 인사를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흠결이 발견되었는데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반복되며 제기된 '청문회 무용론'도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야권은 줄곧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와 후보자의 버티기로 인해 청문회가 그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이어온 바 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은 사람을 쉽게 쓴느 악수를 두지 말라"며 "후보자들도 후보자들이지만 이러한 후보자들을 낸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더 문제다.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 결과는 잊은 듯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라며 철벽방어 중"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화려한 공약들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위공직 인선 배제 5대 원칙을 국민께 약속했고 이를 반영한 것이 지금 청와대의 '7대 인사 배제 기준(병역 회피·부동산 투기·탈세·위장 전입·논문 표절·성 범죄·음주 운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휴일인 오늘 문 대통령은 자신이 내놓았던 공약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길 부탁드린다"며 "덧붙여 사람을 쉽게 쓰면 정치가 날로 어지러워지고 정치가 어지러우면 국가가 위태롭고 쇠망해 간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공직자로서의 자질 검증도 빠듯한데 후보자들의 사과나 듣자고 허비되는 청문회야말로 부끄럽고 국민께 죄송하지 않나"라며 "불공정과 반칙이 횡행하고 원칙도 근간도 없는 씁쓸한 요즘이지만 이쯤에서 폭주는 멈춰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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