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영길 "당 살리기 위해 차기 대권 포기하고 당권 도전"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1.04.26 06:30
수정 2021.04.26 07:10

송영길 민주당 대표 후보 인터뷰

"'송영길 대세론', 여전해" 자신감

"코로나19 백신 확보·부동산 해결 가장 중요"

"우원식·홍영표, 위기 처한 민주당 만든 책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 의원이 25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5·2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영표·송영길·우원식 의원(기호순) 간 신경전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주로 송 의원을 홍·우 의원이 협공하는 모습이다. 송 의원은 25일 현재 당권 판세에 대해 "'송영길 대세론'은 여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송 의원(5선·인천 계양구을)은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8년 8·25 전당대회 때 내가 '이해찬 대세론'을 못 꺾었듯이, 결국 선거는 초반 분위기 그대로 가는 경향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부동산 문제 해결을 꼽으며 인천시장을 지냈던 경험과 문재인 대통령 러시아 특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쌓았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 두 가지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홍·우 의원이 아닌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20대 국회 때 2·3기 원내대표를 했던 우·홍 의원에겐 지금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모습을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그런 두 사람을 당 대표로 세우면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당을 살리고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차기 대권은 포기하고 당권에 도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당권 판세는.


"'송영길 대세론'은 여전하다. 지난 2018년 8·25 전당대회 때 내가 '이해찬 대세론'을 못 꺾었듯이, 결국 선거는 초반 분위기 그대로 가는 경향이 많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원식·홍영표 의원이 아닌 '송영길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에 입당한 지 23년이 됐고, 이번이 당 대표 세 번째 도전이다. 두 번의 낙선을 통해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민심을 읽고, 전국의 당원들과 소통하면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정리해왔다. 이제 그 소통의 결과물을 보여줄 시간이다. 또 나는 당 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지방정부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해낼 것이다."


-당권 경쟁자 우원식·홍영표 의원의 장·단점을 하나씩 꼽는다면.


"우 의원은 을지로위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민생 문제를 큰 이슈로 부각시킨 활동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량과는 별개다. 당 대표는 개별 을들의 아픔을 해결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정책을 챙기며 경제도 발전시켜야 한다. 가령, 대한민국의 전체적인 산업의 방향을 설계하고 미국·중국 갈등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선 내가 더 공부가 잘 돼 있다. 또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 등도 국제적 네트워크와 외교 역량을 갖고 있는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


홍 의원은 패스트트랙도 성사시키고 추진력은 있다. 그러나 전체 의원들을 포용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선 좀 독선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두 사람은 20대 국회 때 민주당 2·3기 원내대표를 했다. 두 사람에게는 지금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모습을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런 두 사람을 당 대표로 세우면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있지 않겠나. 지금 민심은 민주당의 변화를 원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민심 수습을 위해 총리와 정무수석 자리에 새 얼굴을 영입한 것처럼 당 지도부에도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5선, 인천광역시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정치이력이 화려하다. 바로 대권에 도전하지 않고 당권으로 선회한 이유는.


"대선 후보들이 비행기라고 하면, 활주로는 당 대표다. 지금 민주당은 활주로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지금은) 당을 살리고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차기 대권은 포기하고 당권에 도전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낙연 전 대표는 청와대에 쓴 소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청와대에도 쓴 소리를 할 것인가.


"잘 소통하겠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을 비롯해 지금 청와대에 있는 대부분 주요 인사들이 나와 같이 일을 해봤거나 친한 사람들이다. 추미애·이해찬·이낙연 전 대표에 비해서 훨씬 더 격의 없게 소통이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바람직한 '당청 관계'는.


"당청은 국가를 책임져 나가야 할 동반자이자 국정운영의 공동운명체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개혁의지가 중앙부처의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로 인해 민심과 유리되지 않도록 적극 보완해나가야 한다."


-TBS라디오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론이 일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을 일부 비판할 수도 있지만, 폐지는 반대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의 조속한 확보를 약속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스푸트니크 브이(V)를 생산하는 러시아 국부펀드(RDIF) 대표를 지난해 만났고, 지난달 화상통화를 했다. 지난주엔 주한 러시아 대사와 식사도 했다. 다 백신을 위한 것이다. 당 대표가 되면 바로 도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1·2차에 이어 3·4차 접종까지 필요할 수 있다. 지금은 플랜A뿐만 아니라 B와 C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겠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대폭 완화를 공약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주택자에 대한 LTV·DTI 규제는 60~80%까지 상향하고, 장기 주택모기지에 한해서는 그 기준을 70~90%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지향점인 '다주택자 규제강화·실수요자 규제완화' 정책에 부합한다. 당장 2·4대책으로 공급이 확대되면 무주택자에 대한 LTV·DTI 규제를 완화해 주택구매력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공급이 늘어나는데 대출 장벽이 너무 높으면 현금을 보유하지 못한 무주택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민주당에 등 돌린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당 일각에선 '군 가산점 부활'(전용기), '공공기관 근무 시 군 경력 인정'(김남국)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 분야가 양보다 질적인 측면, 즉 기술집약적인 시스템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고 저출생 영향이 본격적으로 입대연령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으로 돌입했다. 안보와 국방의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성평등의 개념까지 적용해서 논의의 폭을 확장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본다. 당 대표가 되면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중장기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논의하겠다."


송영길 의원은…△1963년 전남 고흥 출생 △광주 대동고 △연세대 경영학과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일본학 △16·17·18·20·21대 국회의원(5선) △21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민선 5기 인천시장 △문재인 대통령 러시아 특사 △문재인 대통령 후보 총괄선대본부장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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