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상태서 또 재판...사법리스크 가중 우려
입력 2021.03.10 15:12
수정 2021.03.10 15:36
삼성물산 합병·바이오 회계 의혹 재판 11일 재개
구속 두 달만에 새 재판...사안 복잡해 장기전 예고
수심위 불기소·수사 중단 결정에도 檢 기소 강행
옥중경영도 어려운 JY, 잃어버린 10년 현실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 관련 재판이 5개월만에 재개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두 달만으로 영어의 몸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 돼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 이번 재판은 이전 재판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해 수년간의 장기전으로 갈 수 있어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 형사합의 25-2부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서관 4층 제417호 대법정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들의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을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말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후 5개월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지난 2월 법원 인사 및 사무분담을 통해 재판부가 변경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기일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을 불구소 기소하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중요 사항을 보고 받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삼성측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권 안정과 사업 시너지 달성 등의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불법적인 내용은 없다고 반박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공소사실로 적시한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 등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무리하게 기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년여간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치고도 이러한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합병과 회계 관련 전문가들도 양사의 합병비율 역시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불법성이 없다고 분식회계 등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없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문가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10대3의 압도적 의견으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중단하라고 권고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무시한채 무리하게 기소를 강했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서 제 3자적 입장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으로 검찰도 그 이전까지 이뤄진 위원회의 모든 결정(8건)을 존중했음에도 이 부회장 사건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은 검찰의 고집스러운 무리수라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지 두 달여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영어의 몸이 돼 옥중경영으로 경영활동에 크게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재판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면서 그룹 경영에 더욱 집중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옥중에 있는 이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로 면회가 일주일에 1회, 10분으로 제한되면서 변호인단만 면허가 허용돼 재판 준비에 몰두할 뿐 삼성 경영진들과의 만남을 통한 옥중 경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재판이 장기화될 수 밖에 없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검찰이 약 2년 가까이 수사를 벌일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고 인수합병(M&A)과 회계 처리 등 사안이 상당히 복잡해 재판이 장기화될 수 밖에 없어 이 부회장에게 드리워진 사법리스크 그림자도 길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7년 3월 시작된 국정농단 재판도 3심에 이어 파기환송심까지 진행되며 지난 1월에 종료돼 총 3년 10개월이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번 재판의 경우 이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형기를 모두 마치고 내년 7월 자유의 몸이 되더라도 최대 2025년까지 재판에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이 부회장에게 ‘잃어버린 10년’이 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만 해도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경쟁력 향상에 전력해야 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도 압도적인 1위인 타이완 TSMC와 큰 격차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전장·로봇 등 신성장 사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M&A가 이뤄져야 미래 경쟁력 유지가 가능한데 이러한 의사결정들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미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현재의 사업들의 일상적인 경영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 부회장이 옥중에 있는 상황에서는 대규모 신규 투자와 M&A 등 굵직한 경영 사안들에 판단이 제대로 이뤄질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