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배달 늘어도 '고민'…주문 감당 안되고, 비용부담 커져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12.01 06:00 수정 2020.11.30 18:01

라이더 부족 심화…주문 중 일부만 소화 가능

홀 매출 반토막, 배달 앱 수수료 부담 증가

연말 장사 실종 될까 우려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늘어난 음식 배달 주문 만큼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라이더(배달대행기사) 부족 현상으로 밀려드는 배달 주문을 모두 소화할 수 없는 데다, 수수료 부담 등의 문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0시 기준 신규 국내발생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14명이다.


최근 1주 평균 국내발생 확진자 수는 438.7명으로 거리두기 2.5단계 기준인 400~500명을 충족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급성장하는 배달음식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밤 9시면 문을 닫는 음식점 대신, 집에서 배달음식으로 한끼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외식보다 내식이 일상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배달대행업체 ‘바로고’ 집계를 보면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첫날인 지난달 24일 하루 전국의 배달 주문 접수 건수는 약 47만건으로 하루 전인 23일 대비 약 12% 증가했다. 최근 고강도 거리두기 정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갈수록 배달 주문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반 음식점 매장 영업이 오후 9시까지로 단축되면서 배달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 폭주에도 라이더 부족현상 등으로 주문을 전부 소화하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 예상 시간 내에 음식을 온전한 상태로 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이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도 급격히 늘었다.


특히 장거리 배달 일수록 라이더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배달료는 실거리가 아닌 직선거리로 산정되는데 거리가 멀면 배달 회전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거리 배달 1건을 하는 시간이면 근거리 2~3건을 할 수 있어 수익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이에 ‘배달 콜 골라 받기’ 같은 상황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 주문이 늘어도 음식점 점주 입장에서는 그에 비례해 매출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또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오후 9시 이후 저녁 주류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매장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특히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2월과 신년 특수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큰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은 ‘연말·연초 대목’을 앞두고 고육지책에 골몰하고 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은 “이젠 점심장사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정도까지 파스타를 만들어주실 분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 일하실 분이 있을 지 걱정”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비싼 배달 수수료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배달 수수료는 기본요금에 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이 붙는 구조로 책정되는데 야간이나 주말, 우천 시에는 할증이 붙는다. 자영업자가 소비자에게 받는 배달비는 3000원 안팎으로, 나머지 금액은 대부분 자영업자가 떠안는다.


경기도 성남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2·여)씨는 “배달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수수료로 나가는 금액 역시 만만치 않다"며 "배달 비용은 음식 판매가격의 30% 수준이다. 2만원 짜리 음식을 2km 떨어진 곳에 배달했다면 1만3400원에서 1만4600원을 손에 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광고료,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여기에 라이더 배달비까지 더해지면 배달 매출로 남는 부분 사실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들 역시 계속되는 배달 지연 현상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맞춰 미리 음식을 주문해도 점심시간 이후 음식이 도착하거나 한참 뒤 주문이 취소되면서 음식점으로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라이더가 부족해 주문자 반경 1㎞ 이내로 배달 거리 제한을 두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배달 앱 업계 3위인 쿠팡이츠는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피크 시간대 주문 거리 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가장 배달 수요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강남·서초 지역에서 점심시간에 주문하는 소비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1㎞ 이상 떨어진 음식점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또 서울 용산구 등 일부 다른 지역에서도 매일 30분 안팎으로 주문 거리 제한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0대)씨는 “강서구는 아직 배달에 거리 제한을 두지 않아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오피스 중심 등 배달 주문이 많은 상권에 들어가지 않은 업체의 경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카페의 경우 배달만 허용된 상황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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