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없어야”…도산 위기의 대중음악계, 왜 코로나 지원서 배제될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6.12 14:35
수정 2020.06.12 14:35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피해가 속출하고, 이에 따른 대응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이 있다. 특히 “도산위기에 처했다”는 대중문화계는 취소된 공연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사업에서도 배제됐다. 실효성 있는 지원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나온 코로나19 긴급지원에서도 대중음악은 철저히 외면 받아야 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11일 오후 서울 마포 광흥창역 인근 MPMG 사옥에서 대중음악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개선을 촉구하는 ‘코로나19 음악산업계 대응책 논의 세미나’를 열었다. 단순한 성토의 장을 넘어 대중음악 관련 종사자들과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논의되는 자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MPMG 이종현 대표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10년 사이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때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은 오지 않았다”면서 “지원 사업에서의 사각지대에 있는 음악산업계의 전반적인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코로나와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제안과 협의를 논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음악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세부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현재 위원회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결국은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관련 종사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할 수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단체 구성’이다.


지난 4월 27일 공모를 시작해 5월 19일 마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의 ‘2020년 공연장 대관료 지원’ 사업은 ‘공연하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공모글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공연예술계 활성화를 위해 ‘2020년 공연장대관료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선발 과정에서 ‘음악’을 대상으로 했지만, 애초에 ‘대중음악’은 지원 자격조차 주지 않은 셈이다. 애매모호한 기준은 대중음악계의 반발을 샀다.


이 사업에 지원 혜택을 받고자 한 이들은 대부분 중소규모 레이블이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전국적으로 211개 공연이 연기·취소되어 손해액만 약 633억 2000만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음반 판매가 적고 공연 수익을 내온 인디 레이블의 경우는 그 피해가 더 심각했다.


이종현 대표는 “계획했던 공연 중 대관료를 환불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민간 공연장은 대관료 환불 관련 조율 자체가 쉽지 않다. 대관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기조차 해주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전체 대관료 중 절반만 환불을 받는 식”이라고 했다.


인넥스트트렌드 고기호 대표도 “민간 공연장 대관을 했던 3월 코로나19가 터지고 100% 환불을 받고 공연을 6월로 연기했다. 대관료에 있어서 일정 부분 할인을 받고 공연을 또 연기했지만 결국 취소되면서 하나의 공연에서 원래 대관료의 1.5배 정도를 더 지불하게 될 꼴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공연장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예스24 라이브홀 대관 담당자 윤성현 씨는 “공연장으로 사업자 등록이 돼 있어 지원 혜택을 못 받는다. 자체적으로 학원이나 아카데미가 포함돼 있으면 지원을 받는데 대관만 하는 곳은 지원 상황에서 빠져 있다”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 3, 4월부터 지금까지는 공연이 없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또 공연장이 아닌 일반음식점 등으로 등록된 클럽공연장의 경우는 지원을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공연 장비 운용, 설치 등을 지원하는 업체 프리사운드의 이재우 대표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은 업계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취소 등의 피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지원 또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정부에서 나온 지원들 중 그나마 받을 수 있는 건 대출인데, 사실상 이조차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또 피해가 남긴 상처를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소속사가 없는 인디 뮤지션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지원에서도 힘든 상황이다. 밴드 코토바의 보컬·기타 돈 쥬는 “얼마 전 5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에서 안전을 위해 20명만 받아 공연을 진행했다. 매진됐지만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관객 규모 축소 시에 반액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최소한 합주비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사업자 등록증이 있어야만 하는 지원 사업들이 많다. 뮤지션이 기획의 주체가 되어 펼치는 공연도 많기 때문에 개인도 신청 가능한 지원 사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온라인 공연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아티스트들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팬덤이 작고 온라인상의 활동이 적은 인디신의 경우 온라인 공연의 유료화를 진행했을 때 이것이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연장 노들섬의 정우진 PD는 문화 공연 소비 촉진의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방송사나 넷플릭스, 유튜브 등 소비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 규모에 따르지만 현재 인디신의 온라인 공연에 적으면 100명, 많아야 4000여명이 실시간 접속자가 발생한다. 결국 수익금 회수 요건이 미비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앞서 ▲위급 상황 시 대처방안에 대한 매뉴얼 구성 ▲고용 유지 및 창출에 필요한 다각도 지원 정책 ▲대관료와 임대료 등 공간 지원 ▲콘텐츠 제작 위주의 지원 정책 ▲위기 상황 대비 펀드 구성 등을 정부와 문화산업계 기관들에 요청했다. 신종길 사무국장은 “아직 이렇다 할 답은 없는 상황이고 모든 음악 산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라고 했다.


이규영 회장은 “기관은 조금 더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면서 “인디씬은 20년 전 시작할 때 정말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꾸준히 이어져 왔고 20년 후인 현재 한국음악씬의 대안이 될 수 있고, 되어 왔다. 주도는 되지 못해도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온 만큼, 정부 기관에서는 현재보다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대응 차원에서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두 달에 한 번씩 세미나를 이어가면서 현장 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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