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로나19 속 공연 재개, 채찍질보다 격려를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4.19 07:00
수정 2020.04.21 14:39

예술의전당, 두 달 만에 기획공연 재개

제자리 찾아가는 과정, 비판보다 격려 필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허덕이던 공연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국공립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이 중단됐던 오프라인 공연을 오는 22일 재개하기로 하면서 공연계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연극 '흑백다방'을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지난 2월 연극 '여자만세' 이후 무려 두 달 만이다.


그동안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 국공립 공연장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지난 2월부터 거의 모든 공연을 취소해왔기에 이번 공연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앙상블 배우의 확진 소식으로 비상이 걸렸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23일부터 공연을 재개하기로 했다. 또 다른 대형 뮤지컬 '드라큘라'도 21일 공연을 재개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 점에 공연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때 하루 수백 명 단위로 늘어나던 확진자수는 이제 하루 10명대까지 떨어졌다. 생활방역 전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며 공연계도 '비상 체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밀집된 상태로 2~3시간 머물러야 한다는 점에서 집단 감염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확진자가 나온 '오페라의 유령'에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서서히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동안 공연계는 비교적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잘 대처해왔다. 정부의 권고에 따라 손 소독제와 열 감지기를 비치하고 전 스태프 및 관람객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코로나19에 총력 대응해왔다.


특히 일부 공연장에서는 객석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 '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모두가 큰 손해와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공연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숙한 시민의식도 빛났다. 공연장 입장에만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만큼,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지만, 항의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는 오히려 공연계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해왔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두 배우 중 한 명의 감염 경로는 '해외 입국'으로 지정됐다. 두 번째 배우는 첫 번째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 측은 공연 과정에서 배우와 관객들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배우 및 스태프의 동선도 분리해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126명의 또 다른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8578명의 관객들이 한 공간에 있었지만, 신천지와 같은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배우나 관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도 공연계에 과도한 비판과 채찍질만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당장 종식된다 해도 공연계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어쩌면 이번 충격으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씩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발버둥 치는 그들에게 채찍질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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