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황교안과 또 '각세우기'…대권 염두?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6.02 02:00
수정 2019.06.01 23:34

'알릴레오'에서 많은 시간 황교안 공격에 할애

'스나이퍼朴' 자처…"내게 얼쩡이면 다 가더라"

애국당 천막은 "집행하다 사고나면 안되니까…"

대권 관련 "뭔가 하다보면 다음은 저절로 마련"
'알릴레오'에서 많은 시간 황교안 공격에 할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지난 2017년 1월 국회에서 19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퇴장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대권을 향한 관심을 우회적으로 표명하며, 보수야권의 대표적인 대권주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각세우기'를 또 시도했다.

박원순 시장은 1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대권 관련 질문을 받자 "내가 쭉 살아온 것을 보면, 사실 뭘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면서도 "그런데 또 뭔가 열심히 하다보면 그 다음은 저절로 마련되더라"고 말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8일 3일간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3.9%의 지지를 얻어 조사 대상 12명 중 7위에 그쳤다. 황교안 대표가 25.5%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때문인지 박 시장은 이날 방송에서 많은 시간을 황교안 대표 공격에 할애했다.

박 시장은 검찰 공안부에 주로 재직했던 황 대표의 경력을 가리켜 "공안검사는 크게 보면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며 손발"이라며 "황 대표는 공안검사로서 충실한 사람"이라고 흠을 잡았다.

이어 "공안검사가 독재에 저항했던 우리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가는 시추에이션이냐"라며 "그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니까 더 본인의 과거를 들추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황 대표의 국무총리·법무부장관 경력도 문제를 삼아 "박근혜정권이 어떤 정권이었느냐"며 "국정농단으로 말미암아 국민으로부터 탄핵받아서 그만둔 곳에서 2인자 노릇을 하고 법을 집행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스나이퍼朴' 자처…"내게 얼쩡이면 다 가더라"
애국당 천막은 "집행하다 사고나면 안되니까…"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지난 2015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아리수를 들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박 시장은 1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조 대표가 설치한 애국당 광화문광장 불법천막에 대해 시민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도 행정대집행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데일리안

이날 박 시장은 스스로가 '스나이퍼 박'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자처하며,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잇따라 당원·시민들이 수만 명씩 참여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주도한 황 대표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박 시장은 "인터넷에서 나더러 '스나이퍼 박'이라 한다. 내가 뭘하지 않아도 내게 얼쩡거리는 사람들은 다 가더라(끝장나더라)"며 "(박근혜정권 당시 배석했던 국무회의 때) 정무수석이 나보고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쳤는데, 그 양반 몇 달 있다가 감옥 갔다"고 조소했다.

그러면서 "최근 황교안 대표가 광화문광장에 많이 왔다갔다 한다"고 유 이사장이 추임새를 넣자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아울러 박 시장은 황 대표가 주도한 장외집회를 향해서도 "승인받지 않았으므로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유 이사장의 노무현재단이 같은 장소에서 주도한 추모제는 "일종의 문화제였다"고 두둔했다.

이와 같이 황 대표 공격을 주도한 박 시장은 막상 대한애국당이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불법천막을 향해서는 "서울시청으로 '이렇게 내버려둘 것이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도 "(행정대)집행을 하다가 잘못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라고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더니 서울시민들로서는 아닌 밤 중에 날강도를 만난 기분이 들었을 것"이라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고자 하는 것이냐"고 박 시장을 비판했다.

한국당 재선 의원도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애국당 천막에 대해 시민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도 행정대집행에 소극적인 것은 '정치적 체급 올리기'와 무관한 일에 관심이 없는 박 시장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지금 박 시장의 머릿 속에는 오로지 '황교안 대표와의 대립 구도 만들기' 밖에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