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치서 발빼기 어렵다"는 김병준, 어떤 '심부름' 할까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2.02 03:00
수정 2018.12.02 16:38
입력 2018.12.02 03:00
수정 2018.12.02 16:38
2일 간담회서 정치개혁 구상 'i폴리틱스' 발표
한국당과 인연 이어가며 특강·지원유세 가능
내후년 총선 때 공관위원장 복귀 시나리오도
2일 간담회서 정치개혁 구상 'i폴리틱스' 발표
한국당과 인연 이어가며 특강·지원유세 가능
내후년 총선 때 공관위원장 복귀 시나리오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개혁 구상 'i폴리틱스'를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발표한 경제정책 구상 'i노믹스'에 이어 두 번째다.
김병준 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한민국 정당들은 한국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바른미래당도 다들 병들어있는 환자들"이라며 "여전히 계파중심·보스중심의 반역사적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른 정당 중에서는 병이 들었는데도 스스로 병이 든 줄 모르는 정당도 있다"며 "최소한 환자인 줄 아는 한국당이 선두에 서서 (계파중심·보스중심 정치를) 먼저 고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발표된 'i폴리틱스'에는 정당이 과거 계파 수장 중심의 수직적·집단적 구도에서 개별 의원의 '의원다움'이 살아나는 수평적 구도로 변해야 한다는 점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우려에 관해 "계파를 자극해 표를 얻는 행위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고 나름대로 제어를 하고 있다"며 "다들 계파주의 청산에 동의하고 있지만, 일부 일탈적 행위들이 보이고 있는데 며칠 더 두고보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과거 비박계의 수장으로 여겨졌던 김무성 의원이 최근 유기준·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 등과 연쇄 회동하며 '계파 허물기'에 나선 것을 향해서는 "과거 계파를 달리했던 분들이 만나는 것은 계파 청산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 위원장이 앞서 경제정책 'i노믹스'를 발표하는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간 정당에 몸담고 활동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정치개혁 구상으로 치고나가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학계 복귀보다는 계속해서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 중 '결'이 다른 대목이 시선을 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0일자로 보도된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정치에서 발을 빼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심부름이라도 해야겠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취임 초기, 당 안팎에서 '권력욕'을 운운하며 극심한 견제를 하는 통에 철저히 정치와 거리를 뒀던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라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병준 위원장이 항상 하는 말이 '내가 처음에 생각한 스케쥴대로 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쯤에서 권력 의지를 피력한 것도 애초의 계산에 들어있었을 수도 있다"며 "처음부터 성급하게 덤볐더라면 당시 혼란했던 당 상황 속에서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좌초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못 느긋한 듯 당 구성원들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인적 쇄신의 단계에 들어서면서 '그립', 즉 당 장악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자연스레 향후 정치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구상대로 전당대회를 성공리에 치러내 당권을 이양한다면 이후 어떤 '심부름', 즉 정치적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할까.
비대위 핵심관계자는 "특위를 맡거나 의원들의 각종 공부모임에 특강을 나가는 것으로 당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당과 후보자의 요청이 있다면 4·3 재보선에 지원유세를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혁신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자신이 꿴 혁신의 첫 단추를 지켜내기 위해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재선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우호적 지도부가 수립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2일 당협위원장 일부는 비대위원장 자신의 권한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면서 "다음 지도부가 복귀시키든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돌아오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자신감의 기저에는 이러한 바탕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재·보궐선거든 21대 총선이든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고 단언했다. 비대위 핵심관계자도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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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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