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아닌 것 같아" 반신반의…이산 상봉 가족 확인 소동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입력 2018.08.22 11:44
수정 2018.08.22 14:36

"어떻게 아버지 나이도, 사망 경위도 모르냐…" 끝내 확신 못해

"어떻게 아버지 나이도, 사망 경위도 모르냐…" 끝내 확신 못해

이산가족 상봉 앞두고 기념촬영하는 이재일씨 가족. ⓒ연합뉴스

6.25 전쟁 때 납북된 형 이재억 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두 명의 조카를 만난 이재일(85) 씨와 동생 이재환(76) 씨는 상봉 마지막 날까지 "(조카가) 아닌 것 같다"고 반신반의했다. 형의 자녀라고 나온 북측 리경숙(53) 리성호(50) 남매를 만난 이재일 씨 형재는 과거 사진과 진술 등이 맞지 않는지 내내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일 씨와 이재환 씨는 지난 20일 첫 단체상봉 때부터 22일 마지막 작별상봉 때까지 끝내 북측 가족으로 나온 리 씨 남매를 조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재일 씨와 재환 시는 첫날 리 씨 남매가 가지고 나온 가족 단체사진 등을 보며 "아닌 것 같아" 라고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동생 이재환 씨는 상봉장 밖으로 나가며 "아무리 돌아가셨어도 아버지 나이도 모르냐, 어떻게 사망했는지도 모르고" 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조카가 맞다며 나온 리경숙 씨는 아버지 사진을 보이며 "아버지가 맞습니다. 모습이 (작은아버지와) 비슷합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이재환 씨는 "형님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아니다. 국민학교 때 헤어졌지만 나보다 몸집이 좋았다"라며 혼란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면서 남쪽에 있는 형제 얘기를 한 마디도 안 했다는 건지, 이남에 누가 있는지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하는데 말이 되나"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재환 씨는 격앙된 상태로 상봉장을 서너 차례 들락거리다가 밖으로 나가버렸고, 이후 북측 관계자가 "호적을 찾아오겠다"며 서류를 들고와 남아 있는 이재일 씨 앞에 두고 "이두희 알지요" "이병희 알지요" 라며 하나하나 짚어 확인했다. 이두희 씨는 큰아버지, 이병희 씨는 삼촌으로 이재일 씨는 "맞다"고 답했다.

이후 이재일 씨 형제는 이어진 환영만찬, 이튿날 개별상봉, 단체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에 모두 자리를 지켰지만 조카들과 못다한 정을 나누기에는 개운치 않은 구석이 남아있었다. 형 이재일 씨는 조카들의 이야기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동생 이재환 씨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끝까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과거 상봉에서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판단한 분들은 아예 상봉에 참여하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분들의 경우 상봉을 계속해 개인적으로는 상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다른 관계자 또한 "촌수가 먼 가족들이 생전 처음 만나다 보니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인이 요청할 경우 추가 확인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전에도 저런 식으로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헤어질 때 달라져 가족이 맞다고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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