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 인 퍼' 한국 초연…마조히즘 탄생 소설 원작

이한철 기자
입력 2017.06.03 00:01
수정 2017.06.02 15:56

이도엽·지현준·방진의·이경미 캐스팅

7월 25일부터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연극 '비너스 인 퍼' 브로드웨이 포스터. ⓒ 달컴퍼니

권력이 갖는 힘을 에로틱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낸 2인극 '비너스 인 퍼'가 국내 초연된다.

오는 7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되는 연극 '비너스 인 퍼'는 '마조히즘'이라는 말을 탄생하게 만든 자허마조흐의 동명 소설(1870)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고전 희극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극작가 데이비드 아이브스와 뮤지컬 '시카고 리바이벌' 공연으로 토니어워즈를 수상한 연출 겸 안무가 월터 바비가 만들어낸 '비너스 인 퍼'는 2010년 오프 브로드웨이 초연돼 단번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1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이번 시즌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섹시하고, 가장 재미있고, 가장 칭찬 받는 새로운 연극"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2012년 토니 어워즈 최우수 연극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벤다 역을 맡은 니나 아리안다는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비너스 인 퍼'는 극 중 연출의 권력과 여배우의 권력이 가장 잘 부각되는 한정된 장소 오디션장을 배경으로 한다. 각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상대방을 지배하는 모습을 세련되고 섹시하며, 코믹하지만 어두운 모습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2인극이지만 현실 속 연출과 여배우가 연기하는 극 중 대본 속의 쿠스키와 두나예브, 그리고 신화 속 인물 비너스를 절묘하게 뒤섞으며 권력의 힘에 따라 변하는 그들 각자의 모습을 에로틱하게 보여준다.

고대, 근대, 현대를 오가며 현실과 환상의 세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극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비너스 인 퍼'에서 멍청한 여배우들을 극도로 싫어하고, 여배우들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그 여배우들에 대한 자신의 권력을 주장하는 새디스틱한 연출가 토마스 역에는 이도엽, 지현준이 캐스팅됐다.

2007년 서울연극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도엽은 '갈매기' '꽃상여' '가을 반딧불이' '황금연못' 등의 연극과 '육룡이 나르샤' '일지매'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관록의 배우다.

더블 캐스팅된 지현준 역시 드라마와 영화 외에 뮤지컬에도 출연한 다재다능한 배우다. 2012년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신인상,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연기상, 2014년 동아 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단테의 신곡' '에쿠우스' '시련' '나는 나의 아내다' '길 떠나는 가족' 등이 있다.

연출인 토마스가 쓴 작품을 'SM 포르노'라며 비아냥대고, 상대 역할을 강요하는 당돌한 여배우 벤다 역에는 방진의와 이경미가 함께한다.

특히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2014)'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방진의의 컴백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웨딩싱어' '지붕위의 바이올린' '셜록홈즈1' '싱잉인더레인' '그날들' 등 출연 작품마다 통통 튀면서도 차분한 매력을 선보인 그녀가 이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경미는 연극 '뜨거운 바다(2012)'로 데뷔해 큰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리어외전' '벽을 뚫는 남자' '아버지와 아들'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이 작품에서 선보일 그녀만의 신선한 도발이 기대된다.

한편, '명동 로망스' '씨왓아이워너씨' '스프링어웨이크닝' 등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원작이 가진 색깔로 잘 표현해내며 인정받은 김민정이 연출을 맡았으며 박용호가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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