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격' 홍준표…범보수 주자들, 경계 '최고조'
문현구 기자
입력 2017.03.17 11:00
수정 2017.03.17 16:21
입력 2017.03.17 11:00
수정 2017.03.17 16:21
앞서 출마한 보수권 주자들, '표심 빼앗길까' 강한 견제구
홍준표, "서문시장 왜 박근혜 시장?, 내 어릴적 놀던 곳"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불출마 선언 이후 '범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홍준표 경남지사를 향해 보수권 대선주자들의 경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홍 지사의 출마가 대선주자 1명 추가에 그치지 않고 전체 판도를 흔들 수 있는 파급력까지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앞서 출마를 선언한 보수권 주자들로서는 자칫 '기선제압' 당할까 하는 우려감이 강한 견제구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출마한 '보수 주자들', '표심 빼앗길까' 우려감 고조
실제 지지율 상승 추이만 봐도 그럴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지난 15일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홍 지사의 지지율은 7.1%로 범보수 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무엇보다 보수권 대선주자들이 홍 지사에 대해 경계심을 감추지 않는 부분은 범보수 진영의 텃밭 지지지역인 영남권을 홍 지사가 잠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홍 지사는 PK(부산·경남) 출신이면서 TK(대구·경북)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는 등 영남권 지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지역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국정농당 세력의 한 축으로 지목받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등 선명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개혁을 바라는 보수층 쪽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당장 황 권한대행의 '대선 하차' 이후 황 권한대행에게 쏠렸던 지지 성향이 홍 지사에게 가장 많이 옮겨가는 흐름도 짚어볼 수 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의 지지표 중 32.4%가 홍 지사에게 옮겨가 가장 큰 '반사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보수권 대선주자들과 범보수 정당 일부 인사들은 홍 지사를 강하게 견제하고 나섰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홍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우파는 총결집해야 한다'라고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지우겠다는 분이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방문했던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연다"라고 꼬집었다.
홍 지사가 오는 18일 보수진영의 '정치적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갖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에 대해 홍 지사도 즉각 맞받아쳤다. 같은 날 경남도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홍 지사는 "내가 옛날에 서문시장, 거기서 놀았다.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 서문시장이 왜 박근혜 시장이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이고 참 나, 어이가 없네. 그 친구(김 의원)하고 무슨 말 상대가 되느냐"며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받게 하지 말라"고 재차 언성을 높였다.
홍준표, 비판했던 '친박' 의원들의 '사저정치' 활동은 옹호
다만, 홍 지사는 '친박' 의원들의 박 전 대통령 비호 활동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2심 재판 무죄선고 후 친박 의원들에 대해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주변에서 활동을 도우면서 '사저 정치'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인연으로 하는 도리이고,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TK(대구·경북) 지지층을 놓고 경쟁구도를 펼칠 상대로 꼽히는 바른정당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도 홍 지사를 거론하면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유 의원은 16일 서울권 대학언론 합동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지사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남은 사람이 왜 출마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기소됐다가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홍 지사에 대해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남아 있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친박 세력들에 대한 입장은 분명히 하셔야 할 때가 됐다.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는 세력들과 같이할 수는 없다"면서 홍 지사와 생각에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이유에서 '보수후보 단일화'를 외치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선거연대를 주장했던 유 의원은 최근 한국당 후보와 단일화 생각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시선이 국민의당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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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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