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묵혀둔 '탈당카드'로 여당 살릴까
이충재 기자
입력 2017.02.08 07:00
수정 2017.02.08 06:59
입력 2017.02.08 07:00
수정 2017.02.08 06:59
여당 '탈당론' 불거져…지도부 "탄핵심판 전까지 보류"
'탈당 흑역사' 반복될지 주목…청와대 "시점 맡겨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정치적 승부수 가운데 하나였던 탈당카드는 아직도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여기에 대선시계가 빨라지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탈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여당이 공동책임론의 무거운 짐을 지고 대선무대에 오르긴 쉽지 않다.
이미 새누리당 내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을 살리기 위해선 대통령이 떠나줘야 한다"는 논리다.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당적 정리가 인적청산과 보수재건의 핵심이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박 대통령의 탈당을 압박하는 '선당후사', '살신성인', '필사즉생' 등 사자성어도 회자된다.
탈당론 확산…새누리 '지금은 아냐' 바른정당 '이미 늦었어'
7일 새누리당 내엔 긴장감이 흘렀다. 박 대통령 탈당론은 친박‧비박 간 파열음을 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교통정리에 나선 지도부는 "당 윤리위원회의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보류한다는 게 당론"이라고 밝혔다. 또 "이 원칙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지금까지'라는 단서를 단 것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을 비롯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제명이나 탈당 권유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 전에 (제명 등을) 결정을 했어야 했는데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 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원칙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탈당을 권유하거나 강제한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지만, 청와대 입장에선 '제명보다는 자진탈당이 낫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이에 청와대 측에선 "탈당 시점 등을 맡겨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에선 "잘못했다고 가족을 호적에서 파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 "당과 함께 대통령은 영광도 오욕도 함께 하는 것"이라며 "탈당 권유는 참 비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범여권인 바른정당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성태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섰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며 "자진탈당 건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탈당 권유가 늦은 감이 있다. 탈당 문제는 대통령 본인이 정리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 탈당 '흑역사' 되풀이…'탈당효과 의문' 지적도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에서 끊겼던 '임기 중 대통령 탈당'의 흑역사가 되살아날지도 관심이다. 대통령들의 재임 중 탈당은 노태우 대통령 이후 노무현 대통령까지 되풀이된 뼈아픈 관행이었다. 박 대통령의 탈당도 시점이 문제일 뿐, 예고된 수순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문제는 '탈당 효과'다. 당장 박 대통령이 당을 떠난다고 해도 새누리당의 입지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율 5%를 넘는 대선주자 한 명 없이 대선정국 언저리를 떠도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탈당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일각에선 자진탈당이 아닌 제명 등으로 박 대통령을 내쫓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진성보수-TK(대구‧경북)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친박 실세인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이 끝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당의 징계에도 반발하는 등 여당 스스로 민심과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당명 변경을 통해 보수정당 재건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당명 변경만으로는 효과가 나기 어렵고,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탈당 건의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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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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