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한달 앞으로…보수·진보 시민사회 '낙선운동' 시동

하윤아 기자
입력 2016.03.16 17:49
수정 2016.03.16 17:50

전문가 "시민단체 낙선운동 불필요하진 않지만, 정보제공 수준에 그쳐야"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 1천여곳으로 구성된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가 개최한 '전국유권자단체 공동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살맛, 일할맛, 투표할맛'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4·13 총선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대진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보수·진보 시민사회가 본격적인 낙천·낙선운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4·13총선 좋은후보 선정을 위한 시민유권자운동본부'(시민유권자운동본부)가 오는 21일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유권자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시민유권자운동본부는 "국민보다 계파를 앞세우고 욕설과 비방으로 도가니판이 되어버린 선거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좋은 후보와 나쁜 후보를 솎아내 유권자들이 변별력을 갖고 투표를 통해 국회를 개혁하자는 적극적인 취지에서 발족하게 됐다"면서 오는 29일경 이른바 '좋은 후보'와 '나쁜 후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유권자운동본부의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여야 정당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회를 개혁하고 걸맞은 인사를 공천하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본다"며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지 회의가 든다면 유권자들이 앞장서 수질을 검사하고 좋은 물과 나쁜 물을 선별하여 먹을 물을 선택하는 것은 권리"라고 유권자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15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에서는 국회의원 후보 부적격자 1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일부터 바른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2016 바른 국회 만들기 운동'에 따른 것으로, 바른사회는 이번 부적격자로 명단에 오른 국회의원 후보들의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사회는 헌법이 추구하는 5대 핵심가치(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안보·윤리)에 반하는 활동을 해왔는지 여부에 따라 새누리당 소속 4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22명, 국민의당 소속 2명, 정의당 소속 1명의 국회의원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선정하고, 상세 선정 이유를 별도 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역시 낙선운동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한국진보연대, 4·16연대 등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는 발족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렸고, 이후 지난 3일과 15일 각각 1, 2차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총선넷은 △노동개악 추진 △세월호참사 책임·망언 △용산참사 등 책임 △국가기관 선거개입 △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 자체적인 선정 기준에 따라 총 19명의 소위 '시민 컷오프' 대상자를 공개하고, 향후 이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총선넷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의해 부적격자로 선정된 대상자들은 새누리당 소속 현역 의원 및 국회의원 후보자 17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2명이며,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에는 1, 2차 명단에 모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전국 400여개의 시민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총선시민연대'는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자의 당선을 막기 위한 낙선운동을 벌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매 총선 때마다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은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졌다.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파급력은 대상자로 선정된 정치권 인사들의 반응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실제 이번 총선넷의 명단 공개 이후, 대상자로 선정된 일부 새누리당 소속 후보자들은 즉각 유감을 표명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총선넷의 1차 명단에 이름을 올린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경북 경산)은 부적격 사유로 거론된 부분에 대해 적극 반박하며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일방적인 견해"라고 주장했고, 함께 명단에 포함된 김용판 새누리당 예비후보(대구 달서을) 역시 총선넷 부적격자 선정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즉각 사죄하고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보수·진보 시민사회에서 '시민 유권자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앞 다퉈 낙선운동에 돌입하고 있으나,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의 정당성과 활동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력 견제'라는 시민단체의 본질적 역할에 따른 정치운동은 단순히 정보제공 차원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 교수는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실 시민단체의 낙선·낙천운동이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수준에 그쳐야지, 유권자를 계몽하는 식이 돼 버리면 상당히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선관위 측은 시민단체의 명단 공개 자체에 대해서는 합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정당 후보자 추천에 관한 지지·반대 의견 개진 및 의사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낙선 대상자를 공표하는 행위는 적법하나, 유권자를 상대로 낙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의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간주돼 위법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