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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금수저다" 더민주 청년비례 '밀실 첨삭' 파문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3.16 04:57 수정 2016.04.03 18:51

심사 업무 맡은 당직자, 특정 예비후보자 만나

의정활동보고서 등 구체적 첨삭 지도 정황 드러나

20대 총선을 30일 앞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청년 및 노동분야 비례대표 후보 면접에 참석한 후보들이 면접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예비후보 선출과정에서 후보 추천 권한을 가진 고위 당직자가 특정 후보에게 '밀실 첨삭'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후보 A씨는 지난 14일 비례대표 예비후보자 경선 면접을 치른지 3시간만에 합격자 4인 안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면접 및 서류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은 이르면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이다.

15일 '데일리안'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더민주 비례대표 추천 업무를 맡은 한 고위 당직자는 이달 초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A씨를 만나 "피피티를 딱 봤을 때 가독성이 있어야한다. 내가 심사위원이다. 청년빈곤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000의 솔루션' 이런 형태로 하나 들어가자", “자네같은 경우는 우리식 표현으로 하면 금수저다. 아버님 후광효과도 있지 않느냐. 후보 압축 과정에서 평가가 갈릴 수 있으니 기본 콘텐츠만 압축해서 야마가 있는 걸로 만들라", "'청년빈곤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000의 3대 솔루션'으로 빚쟁이구제법, 미래일자리매칭 등을 입법과제로 제시하라"는 등의 지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앞서 같은 날 한 종합편성채널은 이 당직자가 △다른 분야 후보자의 의정활동보고서를 입수해 참고 자료로 제공하고 △A씨의 의정활동보고서에 대해 직접 첨삭 지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시 현장에 있던 B씨가 이같은 상황을 녹취한 파일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드러났다. 해당 음성 기록에는 A씨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이며 "이것도 살릴 수 없겠느냐"고 묻자, 이 당직자가 "여기는 쓸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지않느냐. 정 안되니까 이거, 이거 살리자"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첨삭해주는 부분이 담겨있다.

당초 더민주는 공천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 별도로 두었으나, 최근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공천 작업의 효율성을 이유로 당규를 바꾸면서 홍창선 공관위원장이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직을 겸임토록 했다. 그외 현재 당에서 운영 중인 비례대표 관련 위원회는 비례대표선출규정제정TF(팀장 홍익표)다.

특히 한 예비후보는 이번 비례대표 예비후보 경선 면접이 '불공정 심사'임을 뒷받침할 증거 자료를 당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예비후보는 지난달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사로, 당내에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 바 있다. 실제 이 예비후보가 면접에서 떨어지자 당 관계자는 물론, 함께 서류전형을 치른 타후보들까지 나서 "이 후보가 떨어지리라곤 전혀 예상 못했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이번 청년비례대표 서류전형에 접수했던 한 지원자는 "기자회견을 목적으로 당원들과 다른 후보들을 모으고 있다"며 "청년들 정치참여를 독려하겠다면서 이렇게 썩은 물이 되면 되겠느냐. 영문도 모르고 탈락한 사람들은 문자 한통 받고 떨어졌다. 결국 빽 없으면 아웃되는 거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19대때는 토론과 법안 작성 등 토너먼트식의 시험을 거치고 합숙도 하는 등 나름대로 과정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밀실공천"이라며 "청년들한테 응모비 100만원을 뜯어서는 이유도 모른채 다 떨어지고, 면접 본지 몇시간이나 됐다고 후보가 그렇게 결정이 되느냐. 이게 밀실공천이 아니고 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후보 면접을 통과한 김규완 최유진 예비후보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대위와 공관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일단 더민주는 이날 홍창선 공관위원장의 의원실 비서 경력이 문제가 된 김 예비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다만 특정 공관위원과 비대위원들의 제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예비후보는 면접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오해가 있다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논의 하겠다"고만 밝혔다.

최 예비후보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 석사 과정을 밟던 당시 김 대표의 최측근인 김헌태 공관위원과 이철희 비대위원이 해당 과정의 교수진으로 참여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김 대표가 연구고문으로, 박영선 비대위원이 운영자문으로 각각 참여하고 있어 관련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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