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하이킥´ 크로캅 어디로?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06.12.0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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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크로캅에 구애의 손길..성사시 헤비급판도 급변화 예상

프라이드, UFC로 대표되는 MMA계에 격변의 소용돌이가 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3월 말 열리는 ´보독 파이트(bodog FIGHT)´ 출전여부를 놓고 프라이드 측과 헤비급 챔피언 에밀리아넨코 효도르가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경쟁사 미국 UFC가 미르코 크로캅(32·크로아티아)에게 거액의 계약금과 대전료를 앞세워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프라이드 측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고, 단지 계약을 제의한 상태에 불과하지만, 당사자가 크로캅이라는 것이 많은 격투 팬들로 하여금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지난 무차별급 그랑프리 우승으로 주가가 한껏 상승한 크로캅은 수려한 외모와 특유의 카리스마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프라이드 최고 인기 파이터다. 따라서 확률이 높진 않지만, 크로캅과 UFC와의 계약이 체결된다면 헤비급에서만큼은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프라이드 측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더욱이 프라이드는 각종 악재로 인해 과거부터 이어져오던 명성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UFC의 크로캅 접촉 사실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크로캅에게 손을 뻗치고 있는 UFC는 미국 내에서 종합격투기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UFC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라이드의 위상을 따라잡기 힘겨워보였다. 그러나 현재는 적어도 경량급에서 만큼은 프라이드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UFC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크로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라이트 헤비급, 웰터급 등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타 체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헤비급전선에서 캐릭터와 상품성, 실력 모든 면에서 간판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가 바로 크로캅이기 때문이다.

연말 남제를 끝으로 프라이드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진 크로캅은 "UFC가 나와 계약을 원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인은 하지 않았다.“며, 일단 UFC 이적에 별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크로캅이 프라이드를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에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로캅을 붙드는 요소로는 그의 자존심을 꼽고 있다.

크로캅 성격상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을 떠나 상대적으로 약한 무대로 옮긴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필생의 라이벌이자 마지막 목표라 할 수 있는 효도르를 남겨놓고 스스로 피하는 인상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도 없진 않다. 효도르가 내년 타 대회에 참전하는 등 본격적인 ‘바깥나들이’를 시작하는 움직임을 보이는지라, 자칫 효도르가 다른 무대에 정착이라도 한다면 크로캅은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겠지만, 크로캅은 물론 효도르까지 프라이드를 떠난다면 기존의 노게이라, 바넷 등도 어떤 행보를 보일지 확신하기 어렵고, 자칫 프라이드 헤비급 전선 자체가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는 타격명품 ´불꽃 하이 킥´이 프라이드 링에서 계속 타오를 것인지, 옥타곤에서 재 점화될 것인지, 이래저래 크로캅의 행보는 앞으로도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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