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밥이 대세' CJ푸드빌 '계절밥상' 가보니
김영진 기자
입력 2014.07.06 14:41
수정 2014.07.07 14:00
입력 2014.07.06 14:41
수정 2014.07.07 14:00
평균 2시간 대기, 합리적 가격과 복고스타일 소비자 어필...음악선별 및 제철과일 부실 등 개선 필요
이런 트렌드가 확산되는 것은 그만큼 집에서 밥다운 밥을 못 먹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며 외식을 통해 오히려 집밥을 갈구하고 있다는 증거다.
CJ푸드빌은 대기업 외식업체 중 선도적으로 이 트렌드를 가장 민감하게 캐치해 지난해 '계절밥상'을 론칭했다. '한식뷔페'로 내놓은 계절밥상은 론칭 하자마자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그동안 CJ푸드빌은 빕스, 차이나팩토리, 비비고 등 여러 외식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안타깝게 홈런을 날리지 못했다.
하지만 계절밥상이 홈런을 날렸다. 지난해 7월 경기도 판교에 1호점을 오픈해 한 달 만에 3만명을 돌파하는 등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계절밥상이 추구하는 제철음식과 농가상생이 집밥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잘 먹혀 들어간 것이다.
계절밥상이 히트를 치면서 이랜드에서도 자연별곡을 내놓았고 신세계푸드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계절밥상이 판교, 시흥, 서울 가산동 등 서울 주변을 맴돌다 지난달 말 서울 용산에 오픈했다고해 지난 5일 아이파크몰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에서도 대박이 났다. 대기 시간만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고 7월 예약도 이미 끝났다. 매월 1일 전체 좌석의 10% 정도를 예약 받는다는데 매월 초에 예약이 끝난다고 한다.
대기번호를 받고 연락처를 남기면 문자서비스(방문한 날은 시스템 문제로 문자를 받지 못했다)도 제공해줘 굳이 줄 설 필요는 없었다. 다만 이렇게 대기자가 많은데도 레스토랑 앞에 대기좌석이 6석 밖에 안 된다는 건 너무하다 싶다.
2시간여를 기다려 어렵게 입장했다. 식사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돼 있었고 금액은 평일(성인) 오후 4시까지 1만3900원, 저녁과 주말·공휴일은 2만2900원이다. 직장인들은 주로 저녁 가격으로 먹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고 대신 불고기나 호떡 등은 저녁이나 주말에 제공하는 메뉴다.
치킨, 불고기, 쌈밥 등 여러 음식을 가져다 맛을 봤다. 결론은 '기대 이상'이었다. 치킨이나 고기를 처음 먹었을 때 냄새가 나지 않았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신선한 재료를 쓴다는 뜻이다. 웬만한 호텔 뷔페 음식보다 나아보였다. 듣다보다 못한 호텔에서 고기에 냄새가 나 수저를 내려놓았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비록 쇠고기 원산지는 호주산이고 치킨은 브라질산이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다.
오픈키친이라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하는 것도 볼 수 있어 위생적으로 느껴졌고 안심이 됐다.
커피도 투썸플레이스 원두를 쓰고 있어 아주 맛있었고 커피머신도 이태리 세코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수저도 비록 수입산은 아니지만 한국도자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만 아이스크림이 너무 녹아 있었다. 냉동고 문을 자주 열고 닫아서일 수도 있지만 아이스크림 스푼을 물에 담가놓고 있어 물이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게 더 큰 원인이었다.
아이스크림은 단단해야 한다. 저렴한 뷔페에서는 아이스크림 스푼을 물에 넣어놓는 경우가 있지만 최고급 뷔페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 제철음식이 콘셉트인데 과일이 너무 부실했다. 비용 절감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여름 제철 과일인 수박과 참외조차 없다는 것은 취지와 맞지 않다.
매장 내 직원들의 연령대가 너무 낮아 보인다는 점도 음식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인테리어는 '한국 근대성', '친환경성' 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레스토랑 입구에 밭을 만들어 상추를 심어놓은 것도 그렇거니와 나무를 소재로 한 한국의 근대성이 느껴지는 '국밥집 콘셉트'도 그러하다.
돗자리 느낌이 나는 블라인드도 좋은 아이디어였고 나무로 제작한 '아이스께끼' 가방을 들고 다니며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것도 신선했다. 계산대를 오래된 오디오를 가지고 제작한 점도 한국적 빈티지로 다가왔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좌석을 만들다 보니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았고 접시도 검은색이다 보니 위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식사 중 나오는 음악이 '한식뷔페'의 정체성을 의심케 했다. 어떨 때는 가요가 나오더니 또 올드팝이 나오고 음악의 일관성이 없었다. 또 레스토랑 곳곳에 설치된 TV에서는 CJ그룹 계열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켜져 있었는데 한식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았다. TV는 없애거나 끄는 게 좋을 것 같다.
음식에 화학조미료(MSG)가 많이 들어간 것도 '건강한 한식 브랜드'를 내세우는 계절밥상과 맞지 않았다.
아무리 CJ그룹 계열에서 화학조미료 제품을 만들고 있고 MSG에 대한 유·무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그것도 뷔페로 먹는다는 건 결코 좋지 않다.
MSG가 아무리 유해하지 않다하더라도 음식 맛을 쉽게 내는 건 마치 돈을 쉽게 벌려고 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 와서 어찌나 물을 먹었던지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계절밥상은 가격 대비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대세로 자리 잡을 것 같다.
특히 취학아동과 미취학 아동들에게 평일, 주말 상관없이 똑같은 가격으로 책정해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선호할 것 같다.
로컬 푸드와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삼양사 계열의 '세븐스프링스'도 2만원 후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성공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향후 제철밥상은 전통 거리인 인사동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전통 거리로서의 매력을 잃은 인사동보다 전세계 음식과 현지 쉐프들이 총집결돼 있는 이태원이나 한남동에 진출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것 보다 전세계 음식들과 경쟁하고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는데 이태원과 한남동이 더 경제적이고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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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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