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포기' 성명 검사장들 좌천·강등…법조계 "건전한 내부 비판마저 통제, 조직 퇴보 초래"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5.12.12 10:53
수정 2025.12.12 10:53

법무부, 11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단행…'항의성 성명' 검사장들 교체

법조계 "향후 비슷한 사태 발생해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

"사실상 강등 조치, 노골적으로 검찰 장악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

"조직 명예 실추시켰다? 국민 전반 공감하기 어려운 자의적 판단"

검찰ⓒ뉴시스

법무부가 이른바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체 반발 성명을 낸 검사장들에 대한 '징계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검찰 내부의 건전한 비판마저 통제함으로써 조직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함과 동시에 정부 방침에 대한 어떠한 반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인사"라며 "특히, 단순 인사이동이 아닌 사실상 강등 조치는 노골적으로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부임일은 오는 15일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항의성 성명을 냈던 대구·부산·광주지검장들이 교체됐다. 검사장을 지낸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고검 검사로 사실상 '강등' 성격의 보직 변경이 이뤄졌다.


앞서 일선 검사장 18명은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검사·29기)에게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의 경위 설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노 대행의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한 바 있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검사장들의 성명을 '집단 항명'이라고 주장하며 법무부에 인사 조처를 압박했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집단 성명 작성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일선 지검장 3명을 법무연수원으로 내려보내는 좌천성 보직 이동을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검 대변인과 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뒤 검사장으로 승진한 박현철(31기) 광주지검장과 이재명 정부 첫 번째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 보임됐던 박혁수(32기) 대구지검장,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지휘하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성 승진' 발령된 뒤 이재명 정부 첫 번째 인사에서 일선 지검장 보직을 받은 김창진(31기) 부산지검장이 '징계성 인사'의 대상이 됐다.


김창진·박현철 검사장은 인사 발표 직후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동안 검찰 개혁 국면에서 정부·여당을 적극적으로 비판했던 정유미 연구위원은 고검 검사로 사실상 강등 전보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급이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나뉘기 때문에 검사장을 고검 검사로 발령하는 것은 강등이 아닌, 적법한 전보 조처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번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검사들은 이후 인사에서 좌천성 발령을 받더라도 계속해서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급) 보직을 맡는 것이 관례였다.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에서는 검사장의 보직을 11개로 제한하고 있어 이를 개정하지 않는 한 검사장의 강등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연합뉴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하여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검사급 검사를 고검검사로 발령했다"며 "검찰 조직의 기강 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 연구위원은 인사 발표 이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위법 소지를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번 인사는 법령을 명백히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법령을 지키는 것'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차원의 법적 다툼을 해볼까 한다"고 썼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무리한 인사를 단행했다는 지적과 함께 내부 비판에 대해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긍정적인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성명했다는 이유 등으로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건 향후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해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특히, 단순 인사이동이 아닌 사실상 강등 조치는 노골적으로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추후 사법부에서 인사 규정에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올 소지도 다분한 만큼 그 자체로 매우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에서 검찰 인사에 대해 판단하는 좋지 않은 선례가 남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수정 변호사(법률사무소 수정)는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은 국민 전반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운 자의적인 판단"이라며 "내부 비판에 대해서 아무것도 용납 안 하겠다는 태도가 과연 긍정적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가 이프로스에 남긴 글에 대해서 검사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한 판례가 있다"며 "그 판례에 따르면 역시 부당한 좌천"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이례적인 검사 측의 '대장동 항소포기'로 검사 측이 주장하는 7000억원 이상의 범죄수익금에 대해 더 이상 다퉈보지도 못하고 끝나게 됐다"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7000억원 이상이 범죄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비판이 상당한데, 이에 대해 검찰조직 내부에서 항소 포기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좌천시키는 건 대장동 범죄 수익금에 대해 어떤식으로라도 강제 무마시키겠다는 상부의 압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 더 나아가 검찰 내부의 건전한 비판마저 통제함으로써 조직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함과 동시에 정부 방침에 대한 어떠한 반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보여주기식 인사"라며 "민주주의의 퇴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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