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압박법' 위헌 논란 계속…與 신중론 '선회'
입력 2025.12.09 00:00
수정 2025.12.09 00:08
법관대표·대한변협·헌재 잇따라 우려 제기
鄭 "위헌 소지 최소화…재판지연 막겠다"
결론 발표 연기…"각계각층 의견 더 수렴"
외부로펌 자문 즉시 의뢰…수정 여부 주목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법안 등을 두고 위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헌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나 위헌법률심판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며 위헌 소지를 최소화해 연내 법안을 처리하겠단 방침이다.
전국 각급 법관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8일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있고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 이어 법원 대표 판사들도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법안에 우려를 밝힌 것이다.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신설에 대한 논의는 애초 회의 안건에 포함돼있지 않았으나 회의 도중 10명 이상 법관이 안건을 올리는 데 동의해 긴급 상정됐다. 표결에 참여한 법관 대표 79명 중 50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한 참석 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까지 통과해 최종 통과를 눈앞에 둔 만큼, 판사들이 어떠한 식으로든 의견 표명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었다"며 "견해차는 일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해당 법안들이 지닌 위헌성과 사법 독립 침해 가능성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의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한다"며 "사법부 독립은 국민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 어떤 명분으로도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놓고 "해석상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 5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헌재법 개정안은) 입법부가 재량의 범위 내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서도 "법원이 종국 판결까지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 107조 1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헌법 107조 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법 개정안은 내란 재판의 경우 법원이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하더라도 재판이 정지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내용으로 지난 1일 추미애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과 위헌법률심판 신청에 따른 재판 지연 우려로 인해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해 나가겠다"며 "법적으로 위헌이 아니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정략에 맞서 위헌 시비마저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수정안을 마련하는 걸로 총의를 모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론 발표를 최종적으로 연기했다. 총회에선 2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현재의 법안에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대변인은 이날 정책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며 "다만 일부 위헌성 논란과 관련해 상대방에게 굳이 빌미를 줄 필요가 있느냐, 충분히 검토해서 하는 게 좋지 않냐는 식의 의견이지 반대라고 할 의견까진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법, 헌재법 개정안까지 전문가 자문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더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정책 의총 직후 내란재판부법의 위헌 요소 검토를 위해 외부 로펌에 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은 결과에 따라 내용에 변동이 없을 수도, 전체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공존한다. 다만 민주당은 내용 수정 여부와 관계 없이 해당 법안들을 연내 처리할 계획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12·3 계엄과 관련한 내란 사건만 전담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법무부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판사회의 추천인사가 법관 후보를 뽑도록 하는 게 골자다. 법 왜곡죄 신설은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증거를 조작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형법을 고치는 내용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법안은 지난 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헌재법 개정안은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 상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