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 반도체 보조금 6조9000억 확정…PMT 보다 26% 줄어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4.12.21 08:09
수정 2024.12.21 12:05

보조금 부정적인 트럼프 영향으로 지원 규모 감액 가능성

삼성도 기존 44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美 투자 축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공장건설 현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급할 보조금이 47억4500만 달러(약 6조8779억원)로 최종 결정됐다.


지난 4월 체결한 구속력이 없는 예비거래각서(PMT) 당시 발표한 64억 달러(약 9조2768억원)에 비해 25.9% 감액됐다.


미국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예비거래각서 체결과 부처 차원의 실사 완료에 이어 반도체법(CHIPS Act)에 의거해 이 같은 보조금을 삼성전자에 직접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보조금은 삼성이 향후 수년간 370억 달러(약 53조6315억원) 이상을 투자해 현재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의 종합적 생태계로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지난 4월 PMT 체결 당시 삼성은 테일러 공장 투자를 기존 170억 달러(24조6415억원)에서 440억 달러(63조7780억원)로 2배 이상 늘리기로 했었다.


구체적으로 4nm(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와 2nm 공정을 위한 첨단 팹을 추가로 건설하고 3D 고대역폭메모리(HBM)와 2.5D 패키징을 위한 패키징(후공정) 시설을 짓는다. 첨단 연구개발(R&D) 시설 역시 들어설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삼성 투자 규모가 기존 440억 달러에서 70억 달러 적은 370억 달러로 줄었고 이에 따라 미 정부의 보조금 액수도 함께 축소됐다. 다만 투자 규모 축소폭(15.9%) 보다 훨씬 더 큰 폭(25.9%)으로 보조금이 줄어든 것이 눈길을 끈다.


보조금 규모 축소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지원법과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을 줄곧 비판해온 터라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보조금을 철회하는 초강수를 두게 되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 정책에 제동이 생기게 되는 만큼, 제도는 유지하되 내용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산업연구원도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트럼프 집권 시 "자국 기업 편향 지원 강화에 더해 새로운 협상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 전략상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된다"면서 "기존 보조금 대비 투자금 확대 또는 기존 투자금 대비 보조금 축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삼성에 대한 이번 투자로 미국은 세계 5대 최첨단 반도체 제조업체가 모두 진출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인공지능(AI)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최첨단 반도체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을 보장하는 동시에 수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따라 SK하이닉스에 자금 조달 프로그램에 근거해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대 5억달러(약 7248억원)의 정부 대출도 지원한다.


이로써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투자할 예정인 국내 기업들의 미 보조금 지급 규모는 사실상 최종 확정됐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