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폭에 분노"…전단지 붙인 아버지 명예훼손 '무죄'
입력 2024.12.21 13:20
수정 2024.12.21 13:20
초등학생 아들이 당한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로 판정나지 않은 학생까지 묶어 학폭 유인물을 게시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무죄를 인정받았다.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전주지법 형사7단독 한지숙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15일 전북 전주 아파트 일대 상가와 전봇대에 'XX학교 X학년 X반 집단 따돌림 폭행 살인미수사건 안내문'이란 제목의 유인물 15장을 붙여 B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씨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의 학폭 사실을 들었다. 이후 아들에게 또 괴롭힌 아이들이 있는지 묻자 B군을 지목했다.
그런데 한 달 여가 지난 뒤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는 B군의 학폭 가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특정 일에 결석한 사실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B군까지 언급된 유인물을 붙였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당시 유인물에는 '10~13일 쉬는 시간마다 반 남학생 전체가 아들 하나를 강제로 눕히고 들고 던졌다', '명치를 찍어 누르고 화장실로 도망간 아이를 찾아 목을 조르거나 끌고 다녔다', '아들의 실내화를 숨기거나 던지고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등 내용이 적혀있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라 성립하려면 해당 사실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적시해야 하는데 A씨가 유인물을 붙인 시점에서는 충분히 B군을 가담자로 오인할 만해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인물을 부착한 시점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이 다니는 같은 반 '모든' 남학생이 학교폭력을 저질러 사과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이후였다"며 "당시 담임 선생님은 B군이 결석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입장에선 B군 또한 학교폭력을 저질러 함께 사과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한 사실이 허위여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그것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당시 작성한 유인물의 내용을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