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임기반환점 ④] 보수에 기회 준 PK 민심은 "김 여사 문제 단호하게"…임기단축엔 '글쎄'
입력 2024.11.10 07:00
수정 2024.11.11 06:33
담화 대해선 "실망…더 사과했어야"
'과감한 정책 추진' 등의 의견 제시도
野 임기 단축 주장에는 의견 엇갈려
20대는 극심한 정치적 피로감 호소
지난 총선에서 18석 중 17석을 몰아주며 국민의힘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준 부산의 민심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확실히 끊어내고 더 과감한 정책 추진을 꾀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진행된 윤 대통령의 임기반환점 대국민담화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리고 11월 10일, 윤 대통령은 출범 2년 6개월의 임기반환점을 맞았다. 임기반환점을 맞아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취임 2년 6개월 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하는 평가는 냉정하다. 연일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인기 없는 대통령, 윤석열'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1월 1주차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17%로 집계됐다. 취임 후 최저치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2%p 오른 74%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전국적으로 보수가 참패했던 지난 총선에서도 총 18석 중 17석을 밀어주며 보수에 마지막 기회를 선사한 부산의 민심이 궁금했다. 부산은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파 논란, 김건희 여사 디올백 의혹 등 각종 용산발 리스크 속에서도 총선에서 보수의 손을 들어준 지역이다. 이에 데일리안은 '민심에 답이 있다'는 격언처럼 임기반환점을 앞둔 현재 부산의 민심에 답을 구했다.
부산 민심은 대체로 성향을 가리지 않고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전날 담화에서도 관련 사안을 확실히 하고 넘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다만 야당이 주장하는 탄핵이나 임기 단축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남모(50대·남)씨는 전날 담화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다. 형식적인 사과라고 느껴졌다"며 "무엇을 사과하는지 횡설수설하고 반성보다는 국민들에게 훈시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의 말처럼 '철없는 오빠'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5살짜리에게 기관총을 맡겨놓은 것 같다"라며 "남은 기간을 채우지 말고 바로 내려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강모(58·남)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은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개혁·교육개혁·화물노조·안보 등에서는 잘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면서도 "김 여사 문제, 부인에 대한 내용은 조금 더 사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모(75·여)씨는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이렇게 해서는 (국민들에게) 점수를 못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대통령이 확실하게 '마누라(아내)' 조사를 받게 하고 이재명도 같이 집어넣겠다고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솔직히 아직 해놓은 것이 없지 않느냐. 우리가 기대한 바가 있으니 대통령을 뽑았을 텐데, 솔직히 기대에 너무 못 미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욕을 먹더라도 조금 당당하게 정책을 하고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좀 없는 것 같다"며 "남은 임기 동안에는 욕을 좀 먹어도 민주당과 싸울 것은 싸우고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만 탄핵이나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최 씨는 "솔직히 윤 대통령보다 더 더러운 일을 많이 했던 사람들이 윤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 아니냐"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허모(80·남)씨는 당정 관계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허 씨는 지난 담화에 대해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너무 불쌍한 것 같다"라며 "민주당이랑 싸워야 하는데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이랑 서로 물고 뜯고 싸우면 되나. 한동훈도 너무 강하게 비판하고 그래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또 거기에 맞춰 압박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서로 싸우지 않고 같이 나아가야 한다. 국민의힘도 대통령 뒷받침을 잘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지역의 20대들은 주로 정치에 무관심했지만, 대통령이 경제를 돌보는 데 더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모(29·여)씨는 "(담화는)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다"라며 "최소 육하원칙이라도 지켜서 구체적으로 잘못을 말하고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가 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없어서 사과의 진정성이 와닿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정부를 향해 통합과 화합을 당부했다. 박 씨는 "모두가 단합이 하나도 안 이뤄지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에서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통합을 이뤄내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재 대통령은 그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당 안에서도 갈리는 부분이 있고 내가 피부로 느끼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의 마찰도 너무 길어지고 있는 탓에 어떤 논쟁이든 극한으로 갈라지고 분열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박 씨는 정부를 향해 "이 정부는 무색무취(無色無臭) 정부"라며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한 가지만 선택해서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경제 쪽이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탄핵이나 임기 단축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지도자가 없어지고 선거를 한다고 하면 또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요즘 정치에 관심을 두면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다. 워낙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다보니 야당의 주장도 억지처럼 느껴진다. 야당도 남을 깎아내리면서 올라가려고 하지 말고 본인들이나 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모(20대·남)씨는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을 잘 못하는 것 같다"라면서도 "요즘은 경제나 기업 관련 아니면 뉴스나 정치를 소비하지 않는다"라고 정치적 피로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