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헌재 마비설' 현실화되나…재판관 추천 놓고 파열음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4.09.21 06:00
수정 2024.09.21 06:00

국회 몫 3명은 여야 각 1인, 여야 합의

1인이 관례인데…민주당이 2명 추천?

이진숙 무한 직무정지 노리고 의도적

'헌재 마비' 기도하고 있다는 설 '모락'

9명의 헌법재판관이 헌법사건의 결정을 위해 헌법재판소 대심정에 앉아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될 때 '시나리오'로만 나돌던 '헌재 마비설'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가 추천해야할 헌법재판관 3명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국회 몫 3명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10월 이후에는 헌재가 심리조차 열지 못하는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다음달 17일 임기가 끝나는 국회 임명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을 의석 수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느닷없이 자신들이 2명을 추천하겠다는 억지를 부리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관 9명은 헌법 제111조 3항에 따라 대통령 지명 3명, 국회 추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국회가 추천하는 3인은 교섭단체가 3개 이상일 때에는 각 교섭단체가 1인씩, 교섭단체가 여야 둘만 있을 때에는 여당이 1명, 야당이 1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게 관례로 돼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돌연 의석 수를 명분 삼아 3명 중 2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가 추천한 이종석(국민의힘 추천)·이영진(옛 바른미래당 추천)·김기영(민주당 추천)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내달 17일로 만료된다. 이들의 임기가 끝난 뒤 새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이 채워지지 않으면 헌법재판소는 심리조차 열지 못하는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에서 사건의 심리는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관이 6명만 남는 '마비 상태'가 길어지면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본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건 심리를 하지 못해 탄핵당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사건이 결론이 나지 않고 직무정지 상태만 끝없이 길어지는 탓이다. 이 경우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계속해서 방문진을 장악하게 되고, 공영방송도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와 관련,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생떼로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 당장 진행 중인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의 심리는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국정 공백 사태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라면 국회 다수당에 의한 헌정질서 마비 시도"라고 규탄했다.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2000년 이후 국회 추천 3인의 헌법재판관은 여야 각 1인 추천을 제외한 나머지 1인은 여야 합의 추천이 관행"이라며 "민주당이 2인 추천을 고집해 추천이 지연되면서 헌법재판소 재판 공백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방통위원장의 직무정지 기간을 늘리고 윤석열정부의 국정 공백을 발생시키고자 정략적으로 헌법재판관 구성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우선 여야가 각각 1인의 몫을 먼저 추천해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책임은 다해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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