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내달 '마지노선'…금융권 책무구조도 제출 '눈치'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09.17 06:00
수정 2024.09.17 06:00

법률적 검토 등 세부 보완작업 한창

제출일자 미정…10월까지 시범운영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6월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던 중 '부당 대출'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일명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불리는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이 한 달 가량 남았다. 최근수백억원대 횡령과 부당대출 등 임직원 비위가 잇달아 터지면서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은행들이 책무구조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책무구조도'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책무구조도 작성은 이미 끝냈고, 법률적 검토 등 추가 보완과 전산 구축 등의 세부 작업을 진행중이다. 다만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직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전 특정하는 제도로 금융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금융사에서 횡령, 배임,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업무 연관성에 따라 내부통제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물을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7월 3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금융사들은 책무구조를 제출한 시점부터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첫 타자는 금융지주사와 은행으로 법률 시행 시점으로 6개월 유예기간이 부여돼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제도의 조기 안착을 위해 10월까지 제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미리 제출한 금융사에는 컨설팅과 임직원 제재 감경·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시범운영 참여를 밝힌 금융사는 없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시점부터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바로 적용이 되는데 비해 컨설팅과 두 달 제재 면제라는 인센티브가 매력적인 유인책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에서 사상 초유의 전직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관리에 현 경영진의 책임론까지 제기되며, 조기 제출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부통제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신한금융이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월말까지 제출을 목표로 시스템 구축 정교화를 진행하고,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관련 교육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당대출로 곤혹을 치른 우리금융과 은행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기에 제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귬융사들이 금감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신청 기한인 10월 말에 임박해 무더기로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 발표는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부분 지주·은행들이 12월부터 1월 초까지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직제가 크게 바뀐다. 책무구조도를 미리 내면 시범운영과 수정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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