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전자’ vs ‘고공행진’…삼성그룹株 엇갈리는 희비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09.13 07:00
수정 2024.09.13 09:07

올해 16% 하락한 삼전…AI 고점론·실적 우려 ‘발목’

금융 4사 상승률 32%…밸류업 지수 등 모멘텀 대기

증권가 눈높이도 ‘상반’…연말까지 주목도 ‘온도차’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 전경. ⓒ데일리안DB

국내 주요 대기업인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6만원대로 내려앉으며 2년여 전 주가로 회귀한 반면 그룹 내 금융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향후 주가에 대한 증권가 눈높이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연말까지 주목도에서도 온도 차가 나타날 전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 들어 전날(12일)까지 약 16.3%(7만9600→6만6300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그룹 내 금융사 4곳의 평균 주가 상승률이 31.8%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주가가 꾸준히 7만~8만원대에서 움직였으나 이 달 6만원 대로 떨어지며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6만4200원까지 밀리면서 지난해 10월 6일 기록했던 52주 신저가(6만6000원)를 새롭게 경신했고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무려 7거래일 연속 하락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가 부진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 등으로 불거진 ‘AI 고점론’이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한 여파다. 또 스마트폰과 PC 판매 저조 등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와 달리 그룹 내 금융주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기대를 받으며 선전했다. 우선 삼성생명은 올해 6만8200원(1월2일 종가)으로 출발해 전일 9만62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41.1%의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또 다른 그룹 내 금융주인 삼성화재 역시 34.8%(26만→35만500원) 상승했고 삼성카드와 삼성증권도 각각 31%(3만2100→4만2050원), 20.3%(3만8100→4만5850원) 올랐다. 특히 이달 밸류업 지수 발표를 앞두고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등 눈 높이를 낮추고 있는 반면 삼성그룹 내 금융사들의 목표주가를 상향하며 ‘매수’ 의견을 줄곧 제시하고 있다.


이달 들어 KB증권·DB금융투자·현대차증권·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 등 5곳의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국내 증권사들이 특정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거의 제시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주가 하향 조정은 ‘매도’로 해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가 증가하며 하반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당초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2024년과 2025년 영업이익을 기존 대비 각각 -15%, -11% 하향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삼성그룹 내 금융주들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그룹의 핵심주이자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보다 밸류업 수혜주인 삼성 금융주들이 선전하며 연말까지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밸류업 정책 시행 초반 대비 모멘텀이 다소 사그라 들었으나 현재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밸류업 지수 발표를 시작으로 밸류업 모멘텀이 재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국내 금융주가 시장 주도주 역할을 하는 등 성과가 이례적으로 좋은 상황”이라며 “밸류업 효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이 확대된 데 이어 향후 금융주 중심의 밸류업 인덱스 발표, 실적 기대감, 밸류업 ETF 출시 등에 힘입어 추가적인 주가 강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본격적인 금리 인하 추세로 접어들면 은행주가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는 지나치게 과거에 매몰된 시각”이라며 “밸류업 모멘텀이 둔화되지 않고 경기가 극한 침체기로 진입하지 않는 이상 금융주의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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