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때린 아버지 살해한 아들…처벌수위 놓고 '의견 분분' [디케의 눈물 266]
입력 2024.08.08 05:05
수정 2024.08.08 05:05
20대 피의자, 70대 父 존속살해 혐의로 6일 체포…"어머니 맞았다는 말에 분노해"
법조계 "살인,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피해 야기…가족 간 질서 및 규범 망가뜨려"
"우발적 범행이고 가정폭력 원인이라면 충분히 감경돼야…범행 경위·사정 따져야"
"자신 성폭행한 아버지를 남자친구와 살해한 이른바 '김보은양 사건'…이례적으로 집행유예"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맞았다는 말에 격분해 70대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법조계에선 살인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기는 중대범죄인 만큼 결코 정당화 될 수 없고 특히 존속살해는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여겨온 가족 간 질서를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발적 범행이고 수년째 이어진 가정 폭력이 원인이 된 사건이라면 구체적 사정과 참작 사유를 충분히 따져 감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전날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 30분께 술을 마시고 성동구 금호동에 있는 70대 아버지 B씨의 집을 찾아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존속살인)를 받는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장소에서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에는 최근까지 B씨와 관련한 가정폭력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고 B씨는 접근금지 처분을 받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들인 A씨와 관련한 피해 신고는 없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 목격자는 "때리는 소리가 났다"며 "'아버지가 엄마를 40년간 두드려 팼다'는 소리를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 서울동부지법은 신청을 받아들여 7일 오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현림)는 "살인은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피해를 부른다는 점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법 체제를 벗어난 개인의 자력구제(자구)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특히 존속살해의 경우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이어져 온 부모와 자식 간의 질서와 가치관, 규범들을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아 형량이 높게 설정돼 있다. 모든 양형사유를 참작해 범죄자를 감경한다면 또 다른 부작용을 발생시킬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러한 살인죄의 경우에도 피지 못할 사정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이 입증되면 여느 범죄와 마찬가지로 감경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계획적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고 수년쨰 이어진 가정폭력이 원인이 돼 일어난 사건이라면 당연히 감경이 이뤄질 수 있다. 범행 경위, 사정에 따라선 법정최소형량 보다 낮은 형이 내려질 수도 있다"며 "실제로 과거 19세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를 남자친구와 함께 살해한 이른바 '김보은 양 사건'에서 법원은 이례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법원에서는 단순 폭력 사건에 비해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을 조금 더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실제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보호관찰이나 분리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편이다"며 "그러나 가정 내 폐쇄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국가가 전부 파악하고 보완하기엔 한계가 있다. 가족의 의미와 가치관 변화로 인해 세대 간, 가족 간 갈등이 심화된 세태가 씁쓸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존속살해죄는 일반적인 살인이나 '비속살해죄(부모가 자녀를 살해)'에 비해 기본적으로 형량이 높기는 하지만 구체적 사정도 따지지 않고 무관용으로 엄벌한다면 정말 죄질이 안 좋은 범죄자들이 역으로 우대를 받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제로 A씨 주장처럼 가정 내 폭력이 이뤄져왔고 문제가 곪다가 터진 경우라면 참작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