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사이다식' 사적 제재, 반드시 처벌…마약사범 검거 생중계가 남긴 것 [법조계에 물어보니 57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11.29 05:11
수정 2024.11.29 05:11

유튜버, 28세 여성으로 신분 속이고 마약사범 유인 생중계…검거에는 일조했지만 징역형 선고

법조계 "현행법상 사적제재 불허…범죄자 검거 과정에 불법 이뤄지면 다른 부작용들 야기"

"마약 범죄, 수사기관도 함부로 함정수사 못해…엄격한 요건 안 지켰다면 정당화되기 어려워"

"폭력 혹은 사적 제재 행사의 주체는 국가에 있어…사회질서 유지 위해 수사 기관에 권한 준 것"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을 28세 여성이라 속이고 마약 범죄자를 유인해 경찰에 검거되는 장면을 생중계 한 유튜버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현행법 상 원칙적으로 개인의 사적 제재는 허용되지 않고 범법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법이 이뤄진다면 여러 부작용들이 야기될 수 있는 만큼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마약 수사의 경우 수사기관도 함부로 함정수사를 할 수 없다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유튜버들의 이른바 '사이다식' 사적 제재는 언제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전직 유튜버 A씨에게 지난 13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앞서 A씨는 지난해 3월 마약사범을 꾀어내기 위해 채팅앱에서 28세 여성을 사칭하며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먹고 싶다'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 매매·수수 등의 정보를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을 금지한다.


A씨는 마약 범죄자를 유인해 검거 과정을 생중계하는 영상 콘텐츠를 운영해왔다. A씨는 법정에서 "수사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한 행위라 위법성이 조각되는(없어지는) 정당행위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필로폰을 의미하는 은어와 '먹고 싶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투약하고 싶지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며 수수 또는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누구든지 향정신성의약품의 매매, 수수 등에 관한 정보를 타인에게 널리 알려서는 안 된다. 채팅앱에 여성으로 위장한 채 글을 올린 것은 마약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었던 사람도 다른 마음을 먹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죄질이 나쁘다"고 전했다.


A씨처럼 '정의 구현'을 내걸고 사적 제재에 나섰던 유튜버들이 오히려 심판대에 오르는 사례는 최근 이어지고 있다.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를 쫓아다니며 추적·검거 과정을 생중계해온 한 40대 유튜버는 지난 9월 추격 대상자를 사망 사고에 이르게 한 혐의로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했던 유튜버 '전투토끼'와 그의 아내는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현행법 상 원칙적으로 사적제재는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범법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법이 이뤄진다면 여러 부작용들이 야기될 수 있다. 순수하게 검거하는 목적이 아니라 마약 관련 광고를 하고, 음주운전 혐의자를 쫓아가면서 그 과정을 자신의 영업을 위해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경찰에 입건된 뒤에는 '수사에 도움을 주려고 했다', '범법자를 검거하려고 했다'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약수사의 경우 수사기관도 함정수사를 함부로 할 수 없고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정당화된다. 가령, 음주운전 혐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위협운전 등을 했다면 마땅히 특수폭행, 도로교통법위반 등으로 처벌받으며 수사기관이 했다고 하더라도 정당화되기는 어렵다"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폭주하는 유튜버 등의 이른바 '사이다식' 사적 제재는 언제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현림)는 "폭력 혹은 사적 제재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주체는 국가에 있다. 사회질서 유지와 형벌의 목적을 위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수사기관에 준 것인 만큼 개인의 사적 제재는 원칙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긴급 피난, 자구 행위, 정당방위 등에 해당하고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도의 행위는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 조차도 어느 정도 이상의 제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서 해야 한다. 사적 제재를 하는 사람들이 진정하게 공익을 위해서 한 행위라고 주장하거나 믿었다고 해도 사법기관에서 공익 목적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 물어보니'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