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아들 학대 살해 계모…대법 "아동학대살해죄 적용해 다시 재판"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7.22 15:22 수정 2024.07.22 15:22

1·2심,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해 징역 17년 선고…대법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 범의 인정"

대법 "피해 아동 아파하는데 방치한 점 및 치료 필요한 상태인데 학대 이어진 점 등 고려"

더 무거운 혐의 적용되면서 파기환송심서 형량 무거워질 듯…계모 남편은 징역 3년 확정

12살 초등학생을 지속해서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와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친부가 지난해 2월 16일 오전 인천 논현경찰서와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12살 의붓아들을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계모 A(44) 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11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3월 9일부터 작년 2월 7일까지 11개월간 인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인 피해 아동(12)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남편 B씨도 2021년 4월부터 작년 1월까지 드럼 채로 피해 아동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모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10살 때 38㎏이던 피해 아동의 몸무게가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었고, 사망 당시 온몸에서 멍과 상처도 발견됐다.


1심과 2심은 아동학대살해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죄만 유죄로 인정, A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B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 대해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犯意)가 인정된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나이나 취약해진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중한 학대 행위를 다시 가할 경우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인식 또는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이 제대로 걷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통증으로 아파하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도 A씨가 방치한 점, 사망 무렵 신속한 치료와 구호가 필요한 상태인데도 학대가 이어진 점, 별다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살해할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더 무거운 혐의가 적용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A씨의 형량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심 법원이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