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문자 그만 좀…" 이재명도 개딸에 피로감 느꼈나
입력 2024.07.01 01:00
수정 2024.07.01 01:02
"응원·격려 아니라 고통 주는 것
수십 년 쓴 번호 바꿔야 할 모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한 전화와 문자 폭탄에 고통을 호소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30일 엑스(X, 구 트위터)에 "전화 문자 그만 좀… 시도 때도 없는 문자, 전화는 응원과 격려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아무래도 수십 년 써 온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모양"이라고 했다.
이에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은 '진심으로 대표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을 텐데 새벽에도 전화하고 왜들 그러는지. 응원을 하고 싶으면 애완견(개딸들이 언론을 가리키는 표현) 기사에 팩트체크 댓글 하나를 쓰시고 따봉 하나를 누르라' '나는 X에서 글로만 응원하겠다' '대표 바쁘신 거 아시면 자제해달라' '그런 고통을 주는 자들은 진짜 지지자가 아닐 가능성이 다분하다' '진짜 지지자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힘든 대표에게 고통을 주다니, 제발 좀' 등의 답글을 달았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맹목·극성 지지자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이른바 '개혁의딸(개딸)'로 불리는 이 전 대표의 극단적 지지자들은 좌표 찍기, 수박(비이재명계) 색출, 문자 폭탄 등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8·18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군에 오르내리던 비명계 이인영 의원도 개딸들의 문자폭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이에 앞서선 우원식 국회의장의 당내 의장 경선 승리에 대대적으로 반발하며 사퇴를 종용해 왔다. 그러다가 기류가 급변해 돌연 우 의장에게 '감사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우 의장이 법제사법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등 쟁점 상임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확보하도록 본회의를 개의하고 지원했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민주당은 당내 선거·공천·정책결정에서도 당원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민주당이 강성 당원 중심의 '팬덤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권리당원 상당수는 이 전 대표의 당 장악을 전후해 대거 유입됐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직 연임을 위해 대표직을 잠시 내려놓은 상태다. 이 전 대표의 연임 행보를 가로막을 대항마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언제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