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대응 시험대…내수 침체·추경 등 대혼란 [길 잃은 방향타]
입력 2024.12.17 18:00
수정 2024.12.17 18:50
정치 리스크에 꽉 막힌 韓경제
尹 탄핵 가결에 힘 받는 추경론
경제심리 위축…하방위험 증가도
정부, 2025년 예산배정계획 확정
윤석열 대통령 직무 정지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했으나 비상계엄 사태로 요동쳤던 한국경제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 공백에 따라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와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공세 등 ‘탄핵 쇼크’에 빠진 상황이다.
추경 검토 요구 봇물…‘퍼주기’ 예산은 지양
먼저 우리 경제의 난제를 풀어 갈 대책으로 추경이 주목을 받는다.
17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정치권 추경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추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나 민생의 상황 등을 봐 가면서 적절한 대응조치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최 부총리 발언으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추경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골목상권이나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지역화폐 예산,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 속 부처 안팎에선 추경 편성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내년 상반기에는 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총지출은 정부 예산안 대비 4조1000억원 감액된 673조3000억원, 총수입은 약 3000억원 감소한 651조6000억원으로 각각 확정됐다. 총지출 증가율은 3.2%에서 2.5%에서 대폭 낮아졌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6000만원) 등도 전액 삭감됐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인 동해 심해 가스전 첫 시추 사업 예산(497억원)이 대폭 삭감된 것은 물론, ‘정부의 비상금’인 예비비도 2조4000억원 깎였다.
내년도 본예산을 처리한 지 일주일조차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1% 저성장 가능성 등이 대형 악재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본예산 집행 전 추경에 불씨를 피웠다. 한은은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를 발표해 추경 등 주요 경제 현안을 여야가 합의해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이라는 점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추경에 대해 ‘퍼주기’ 예산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예산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추경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정부의 고유 권한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3개월 정도 예산을 집행한 뒤 필요에 따라 추경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재정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공감하지만 정치적 혼란과 퍼주기 추경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며 “더 경제가 추락하지 않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내수 회복 기대감↓…어두워진 경제정책방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이어 국정 2인자가 된 최 부총리 비롯한 경제팀은 연일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전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기재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 비상계엄 후 탄핵정국이 길어지면서 가계가 지갑을 닫고 기업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언급했던 ‘완만한 경기회복세’ 표현도 이달에는 빠져 경기 진단이 한층 어두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부터 등장했던 ‘경기회복’ 문구가 빠진 건 14개월 만이다.
탄핵정국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에 대한 후폭풍으로 경제 상황을 반영한 전망 조절로 분석된다.
현 경제팀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내수 불황 회복 등을 위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을 올해 말까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 15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주요 경제정책은 ▲대외신인도 유지 ▲통상불확실성 대응 ▲산업체질 개선 ▲민생 안정 등 4개 부문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내 발표하기로 한 내년도 경방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다. 다수의 전망에서 1%대 저성장을 예측하는 만큼 정부도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