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극우 유튜버 방송 보며 국정운영"…김진표 회고록 파장, 여진 계속
입력 2024.06.29 07:00
수정 2024.06.29 07:00
"尹 국민 앞 분명하게 밝혀라" 野 총공세
韓 "청담동 술자리 수준의 문제 제기"
문제 안 삼고 1년 반 넘도록 뭐 했나…
李 사퇴-연임 도전 '임박'에 다각도 해석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의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타지마할 혈세 관광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 이어 또다른 불씨가 점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공세의 끈을 조였고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청담동 술자리 수준"의 문제 제기라고 일축했다.
앞서 김진표 전 의장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를 통해 윤 대통령과 이태원 참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에 대해 나눈 대화를 언급했다.
김 전 의장은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 계기로 가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회상하며 자신이 이 전 장관의 자진 사퇴로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내 말이 다 맞으나,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하게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어 "내가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자신은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가 떠드는 아무말 음모론에 경도되는 것도 모자라, 사실로 굳게 믿고 국정운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원내 1당의 원내대표로서 김 전 의장이 윤 대통령을 설득해 이 장관을 사퇴시키려 노력한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며 "김 전 의장은 그 전부터 윤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있는 그대로 공유했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히길 바란다"며 "아울러 지금도 극우 유튜브 시청을 하고 있는지 명백히 밝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은 해당 언급이 나온 '시점'을 두고 의아함을 표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같은 말 같지도 않은 (말을) 그것도 전 당력을 총동원해 정치공세를 하는 정당"이라며 "2년이 다 되도록 왜 이야기를 안 했나"라고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그때 직언하지 못했냐. 회동을 마치고 나서라도 언론에 알렸어야 했다"라며 꼬집었다.
김 전 의장의 회고록을 두고 다각도 해석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재명 당대표의 사퇴·연임 도전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최근 민주당은 전당대회 흥행을 비롯한 여러 논란을 과제로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일극체제 비판 진화와 선거 룰, 현 정권 타도 메시지 전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결정적 고비를 넘을 승리 관건은 어렵사리 잡은 총선 승리 분위기 굳히기다. 확실한 결정은 유보한 채 향방을 지켜보고 있는 중도층 설득에 박차를 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실책'으로 인한 이탈층 흡수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변수에도 유연한 전략이 요구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첫 1심 종결은 10월쯤으로 전망된다.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이 전 대표는 다음 대선에 나올 수 없게 된다. 혹여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여론마저 지쳐 돌아설 수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여러 답을 찾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김진표 전 의장의 회고록과 연관 짓기에는 고차원적이지만, 왜 지금 시점에 이런 내용의 메시지가 나왔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현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있는 상황은 맞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