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發 '법사위 열차'…與 "폭주 출발, 윤리위 제소" 野 "적반하장"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4.06.28 06:45
수정 2024.06.28 06:45

국민의힘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원칙 무시한 일방통행"

민주 "오자마자 상임위 방해

위원장 윤리위 제소 황당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의사일정 변경 등으로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야당 단독 입법 속도전과 함께 정부·여당을 조준한 강도 높은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여권으로부터 '독불장군 정청래 위원장의 법사위 폭주 열차'란 맹공이 쏟아지는 등 여야 대치는 곧바로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여야 갈등 고조에 개의치 않고 정청래 위원장을 거들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법인 정한 절차대로 정 위원장이 상임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당론 채택한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속전속결 강행 처리가 되는 과정에서 정 위원장의 고압적인 태도를 성토하는 여권발 목소리도 만만찮다. 정 위원장이 이끄는 법사위는 22대 국회 개원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국회를 '코미디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수식어마저 받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는 여당이 복귀한 첫날부터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아수라장이 됐다. 정 위원장은 여야 모두가 참석한 지난 2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막말뿐 아니라 '고압적 진행'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이 정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일방적 진행'이라고 항의하면서, 법사위는 시작 6분 만에 파행을 했다가 속개됐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방송 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여당 간사 선임과 법안 추가 논의를 요구했으나, 정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 위원장은 의사진행을 방해할 시 발언중지권과 퇴장권을 행사하겠다고도 했다.


정 위원장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일정 합의 문제로 설전을 벌이던 대목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정 위원장은 유 의원을 향해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냐"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유 의원이 "위원장 성함은 누구냐"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느냐"라고 맞받으면서 감정싸움이 펼쳐졌다. 이에 앞선 21일 청문회에서는 정 위원장의 증인을 향한 '10분간 나가있으라' 발언 등이 비판을 받았다.


여권은 법사위에 나타난 상황들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사위 폭주열차가 노선을 이탈해 달리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일방통행"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국회로 돌아온 것은 환영하는데, 돌아오자마자 또 떼를 쓰면서 상임위를 방해하고 있다"라고 발언의 포문을 열면서 정 위원장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정 위원장을 비호하듯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따라서 뚜벅뚜벅 민생의 길로, 개혁의 길로 전진할 것"이라며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송3 법, 방통위법을 비롯해서 6월 임시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될 법안도 있고,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될 사안도 있다"고 또다른 여야 전쟁의 불씨를 남겼다.


이에 앞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선 "한 달 무노동 불법 파업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태업과 업무방해로 민생 현안·개혁 과제 해결을 방해해서야 되겠느냐"라며 "이래 놓고 민주당 법사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하니 황당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국민의힘이 전날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한 것을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은 것이다.


윤리위원회 제소엔 "뜨거운 맛 보여주겠다"
반대쪽선 "鄭이 코미디 장 만들었다"비난
"기가 막히지만 與로선 나쁘지 않다"평도


국민의힘은 전날 정 위원장이 법사위 운영 과정에서 상임위 권한을 남용한 점 등을 들어 정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국민의힘은 윤리위 제소와 함께 '정청래 방지법'도 추진할 방침이다. 여야가 의사 일정을 합의하도록 의무화하고, 모욕 행위가 이뤄진 데 대해 벌칙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반발한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의사진행 방해에 맞제소를 하고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며, '사과하지 않으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으름장까지 놨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고발을 검토하는 한편 "국회법 위반 지적을 못할 거면 법대로 진행하는 위원장석에 찾아와 막무가내로 의사진행을 방해 한 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과부터 하라"라는 주장을 펼쳤다.


정 위원장은 '뜨거운 맛' 발언 외에도 최근에만 민주당의 상임위 운영을 '막가파식 운영'이라고 비판한 상대 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초딩(초등학생)'이라고까지 모멸하며 되받아치기도 했다. 이날 정 위원장은 자신의 잇단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을 의식하기라도 하듯 '브레이크 없는 막말'을 지적한 기사 캡처와 함께 해당 매체에 대한 비난 한줄 정도를 제외한 별다른 메시지는 내진 않았다.


정치권에선 22대 개원 후 법사위가 보여주는 모습을 두고 국회를 '코미디 공연장'으로 만들어버렸다는 탄식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와 동시에 정 위원장의 행보를 '사이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중도층의 입장에선 법사위의 이 같은 행태가 결국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도 고개를 든다.


민주당 출신인 이상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국회 법사위에서 벌어진 여야 간 설전을 두고는 "저질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법사위원장은 전체 의원들을 존중하면서 회의가 잘 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하는 걸 보고 정청래 법사위원장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법사위원장의 한참 선임자로서 부끄럽다"고 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YTN 이슈&피플에서 "지금 법사위원장에 (정청래 위원장이) 이재명 전 대표 방탄으로 가서 앉아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까 나는 이 사람이 하던 대로 더 심하게 할 거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에 이분이 법사위원장이 돼서, 어떻게 보면 국민한테는 슬픈 일이고 기가 막힌 일이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민주당이) 황당하고 코미디 같고, 국민이 경악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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