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시장 ‘찬바람’…하반기 입주물량 폭탄에 ‘덜덜’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06.27 06:18 수정 2024.06.27 09:05

쌓인 미분양에 대규모 입주물량 얹기

‘악성 미분양’ 증가 우려, 하반기도 집값 약세

정부 정책 효과 ‘미미’…“수요 진작책 더 나와줘야”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적체된 미분양 해소가 더딘 가운데 하반기 대규모 입주물량도 예정돼 있어 연말까지 집값이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27일 직방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16만4633가구로 상반기 입주물량(15만1191가구) 대비 약 9% 정도 많은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 7만9986가구, 지방에서 8만4647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이 1만972가구로 가장 많고 ▲대구 1만711가구 ▲충남 1만702가구 ▲부산 9031가구 ▲경남 8099가구 ▲대전 7122가구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대전은 지난 2011년 하반기 이후 가장 많은 입주물량이 대기 중이다.


아직 쌓인 미분양 물량을 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계속되면서 부동산시장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우려도 커진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7만1997가구로 한 달 전보다 10.8% 증가했다. 이 중 지방 미분양 물량은 한 달 전보다 8.2% 확대된 5만7342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79.6%를 차지한다.


같은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이 수도권은 2378가구 정도에 그쳤지만, 지방은 이보다 4배 이상 많은 1만590가구로 집계됐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째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아파트값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최근 들어 서울은 매수심리가 다소 회복되면서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 대비 0.15% 오르며 2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냈다. 13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반면 지방은 같은 기간 아파트값이 0.05% 떨어졌다. 4주째 하락세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면 세제 산정 시 주택수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기업구조조정 리츠(CR 리츠)도 미분양 주택 매입에 활용하기로 했다. CR리츠가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면 취득세 중과 배제(준공 후 미분양) 및 취득 후 5년간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서울의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점차 두드러지는 만큼 수도권, 지방으로 온기가 점차 확산할 거라 내다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요가 크게 꺾인 상황에서 대규모 미분양에 입주물량까지 더해져 상당 기간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단 견해다. 정부 차원의 수요 진작책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우선이다. 이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며 “단기적으로는 취득세와 양도세 완화를 해야 한다. 지방은 공급이 계속 이어지고, 향후 매매차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 수요를 진작시킬 만한 방안들이 더 마련되지 않으면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방 중에서도 기타 지방보다 광역시가 낙폭이 더 크고 집값이 떨어진 이후 한 번도 상승 전환한 적이 없을 정도로 지속적인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통상 서울이 살아나면 지방도 살아난다지만, 지금은 서울의 집값이 올라가는 게 특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분양을 해소하려면 추가적인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서울로 다 쏠린 상황”이라며 “지역 내에서 해결하기 힘들 정도로 물량이 쌓여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을 멈추고 지방 부동산시장 정상화가 되려면 개발 호재가 있거나 수요 완화 정책들이 같이 병행돼야 한다.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개발이나 투자 유치 등 계획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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