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서 기싸움' 與 추경호…'입법폭주·상임위 독점' 막을 카드는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5.14 05:10
수정 2024.05.14 05:10

秋, 박찬대와의 첫 회동서 현안 두고 팽팽

채상병 특검·25만원 지원 등 입장차 여전

당 안팎 '맞불 작전 vs 독소조항 제거' 협상

카드 등장 전망…"정치적 타협" 요구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입장 차를 확인하면서 향후 어떤 방식으로 협상에 나설지에 당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채상병 특검법부터 민생회복지원금, 원 구성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추 원내대표가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박 원내대표와 첫 회동을 가졌다. 상견례를 목적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는 덕담만을 건네며 현안 관련 논의를 피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시급한 현안이 있어 간단히 말씀드린다"며 여당과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박 원내대표가 꺼내든 현안은 두 원내대표가 당장 풀어야할 시급한 사안들이다. 그는 "시급한 민생회복 지원 대책이 필요한데 집권여당이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은 총선 민심 수용 여부를 가르는 상징적인 사안이다. 국민의힘이 대통령께 수용 건의를 하는 것이 민심을 받드는 길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최근 라인 사태 역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사안이다. 경제주권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관련 상임위원회를 즉시 열어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원구성도 서로 강하게 발언하고 있지만 총선 민심을 받들어서 원만하게 협의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추 원내대표는 "인사차 상견례 자리로 온 만큼 구체적 사안에 대해 갑자기 훅 들어오고, 또 훅 내 견해를 이야기하면 우리가 더 이상 대화를 못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추 원내대표는 당장 14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한 채상병 특검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상력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아울러 위헌 가능성이 제기된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의 강행을 예고한 민주당과의 이견 좁히기 역시 추 원내대표의 임무 중 하나다.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과도 연관이 깊은 원 구성 협상도 추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발휘돼야 할 대목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합심해 앞선 사안들에 대해 사실상 독주를 선언하고 있는 만큼 추 원내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앞서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은 지난 10일 CBS라디오에서 "여소야대 상황이고 거야 192석을 상대해야 되는데 뭔가 협상이 되려면 여당이 뭔가를 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여당이 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없다"고 전망한대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당 안팎에선 추 원내대표가 선택할 카드로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여당 차원에서 특검·특별법 등에 맞설 만한 정책·법안 등을 만들어 맞불을 놔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시간은 야당의 편이다. 수사라는 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 동안 야당이 계속 공격을 하게 되면 (수세에) 몰리게 되는 건 결국 여당"라며 "야당이 고민에 빠질 만한 뭔가를 만들어서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야 협상이든 뭐든 가능하지 않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은 앞서 '3김(김정숙·김헤경·김건희) 특검'을 제안한 김민전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인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당선인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짜리 특검을 받아들이는 대신, 적어도 (법인카드 사용 규모) 3억원 이상으로 보는 김혜경 여사의 국고손실죄 의혹에 대한 특검, 김정숙 여사의 관봉권(띠로 묶은 신권)을 동원한 옷과 장신구 사 모으기 의혹, 그리고 그 옷과 장신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3김 여사' 특검을 역제안하자"고 적은 바 있다.


다만 당내에선 이 같은 맞불공세가 큰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총선 당시 '정권심판론'에 맞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맞불을 놨다 실패한 사례가 이미 있어서다.


이 같은 우려를 내놓는 인사들은 추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정부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독소조항을 제거하는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치고 있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지난번 이태원 특별법의 경우에 그랬듯 시기적으로 대통령이 현재 공수처의 수사나 경찰청 수사를 한 2~3개월 정도 텀(기한)을 줘서 그때까지 결론이 안 나면 특검 한다든가"라며 "또는 지금 민주당이 내놓은 통과시킨 안 중에서 일방적으로 돼 있고, 독소 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만 수정해서 통과시킨다든지 이렇게 정치력을 여야가 발휘해 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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