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입법독주' 신호탄…총선 민심 앞세워 '의회독재' 현실화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4.04.24 15:49
수정 2024.04.24 15:57

여야, 제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파열음'

가맹사업법·민주유공자법 등 단독 의결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도 직회부 나설 듯

범야권 '192석' 몰아쳐 여야 협치 난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대법관 신숙희-엄상필 임명동의안 등에 대한 투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여 남은 가운데, 거대 야당의 힘 자랑이 본격화됐다. 이들은 차질 없이 개혁 입법을 하라는 '민의(民意)'가 총선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면서, 입법 독주에 재시동을 걸었다. 22대 국회에서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에 달하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총선 민심을 앞세운 야권의 입법 폭주는 전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 15명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사를 상대로 한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홍성국 의원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분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헌법이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부여한 대상은 '근로자'라는 점에서 개인사업자에 대한 노조 권한을 주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도 가맹사업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 소원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사망자·부상자와 가족 및 유가족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권은 유공자 심사 기준이 불명확하고, 불명확한 심사기준으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자 등도 유공자로 인정될 우려가 있어 결사 반대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근 20년 동안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부분이 미비했기 때문에 이번에 (정무위를) 통과한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이 (악법이라는) 프레임으로 상당히 호도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민주유공자법을 왜 할 수 밖에 없는지 알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법안은 앞서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전세사기특별법,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 등과 함께 다음 달 21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입틀막 거부! 언론장악 저지! 제22대 국회 1호 입법 다짐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은 또 22대 국회 개원 즉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무산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재추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새진보연합·진보당·녹색정의당·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 등은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언론,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단체와 함께 "새로 출범할 제22대 국회가 윤석열 정권이 파탄 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복구하고, 권력의 불법적 언론장악을 저지할 길을 만들어내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총선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우려되는 전세사기특별법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이들 법안을 21대 국회 마지막인 5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단 방침이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참사특별법, 나아가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을 주축으로 192석에 달하는 범야권이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밀린 숙제를 하듯 상임위에 계류된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엔 '민심'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 여야 간 협치를 기대하긴 난망해 보인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 압승이란 결과가 증명하고 가리키는 것은 국민이 우리(민주당)를 향해 '일 좀 잘하라'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어떤 비판도 감내하면서 우리가 어느 때보다 합심해 민생 입법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성 친명계 민형배 의원은 "협치를 자꾸 앞세우면 원래 저희가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자꾸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협치라는 것을 가능하면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며 "협치를 대여 관계의 원리로 삼는 건 192석 야권 압승의 총선 결과라는 민심에 배반하는 행위"라고 사실상 여당과의 협치 거부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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