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식업, 대출 연체 늘고 어렵다는데…‘30%→7%’ 폐업률 감소 왜?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4.03.06 06:47
수정 2024.03.06 06:47

팬데믹 당시 배달 전문점 ‘우후죽순’...폐업률 일시적 증가

대출 문턱 높아지면서 창업의 질은 개선

탕후루 등 유행에 매장 급증…폐업률 증가 잠재 원인될 수도

서울 시내 한 호프집에서 폐업 정리가 진행 중이다.ⓒ뉴시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30%가 넘었던 외식업 폐업률이 올 들어 7%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과 더불어 고금리 등 여파로 자영업 연체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폐업률은 오히려 하락한 것인데 이에 대해 외식업계에서는 코로나 창업 거품이 빠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일 데일리안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식업(휴게음식점+일반음식점)의 올 2월 누적 기준 폐업률은 7.2%로 조사됐다.


폐업률은 해당 통계의 휴게음식점과 일반음식점의 총 업체(영업업체+폐업업체) 중 폐업한 업체의 비중을 계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폐업률이 31.7%까지 치솟았다가 2022년 23.1%, 2023년 17.0%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1월만 놓고 보면 7.6%로 올 들어서도 꾸준히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소비가 활성화되고 매출이 늘어 폐업률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가파른 외식 물가 상승으로 매출이 줄고 고금리로 자영업자의 자금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1~2024.2 국내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영업 및 폐업 추이.ⓒ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가계·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영업자들이 갚지 못하는 대출 규모가 1년 새 50%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다중채무 인원과 대출 규모는 1년 전보다 5만119명(3.0%), 16조3185억원(2.4%) 증가했다.


이에 대해 외식업계에서는 코로나19발 거품이 빠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엔 매장 영업이 어렵다 보니 배달 전문 음식점으로 업을 바꾸거나 새로 창업에 나선 자영업자들이 엄청나게 많았다”면서 “잘 된다는 일부 프랜차이즈의 경우엔 묻지마 창업이라고 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배달 음식 시장 경쟁 또한 심화되면서 폐업도 급증했다”며 “당시 생겨난 배달 전문 음식점들이 시장에서 도태되고 나서는 평년 수준으로 폐업률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엔데믹 이후 고금리 등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팬데믹 당시보다 현재가 창업의 질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창업 초기 필수적인 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이른바 ‘묻지마 창업’이 줄고 준비된 창업자의 비중이 늘었다는 의미다.


다만 외식업계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다.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에게 제2의 일자리를 제공해 한 때 ‘은퇴자들의 탈출구’로 불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경쟁심화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기피하는 업종이 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식 프랜차이즈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폐업률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은 ‘가성비’ 컨셉의 외식 브랜드나 유행하는 아이템에 신규 가맹점 창업 수요가 몰리고 있는데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경우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한 폐업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020세대에 인기가 높은 탕후루 매장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카드 매출액과 신규 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새로 문을 연 탕후루 전문점의 전년 대비 1339% 증가했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경쟁 심화가 배경은 아니었지만 과거 핫 아이템으로 부상했던 대만 카스테라 전문점의 경우 잘못된 보도로 수많은 매장이 불과 2-3개월 만에 줄폐업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식업종은 여론이나 유행에 민감해 폐업 위험도 큰 업종 중 하나”라며 “짧은 기간에 매장이 급증하면 그만큼 빨리 사라질 위험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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