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지원사격'...LG전자, LGD 1조 대출 이어 5천억 유증 참여
입력 2023.12.19 10:33
수정 2023.12.19 11:38
LGD 1.36조 규모 유증에 LG전자 5천억 규모 출자
9개월 전에는 1조원 대출로 LGD '지원사격'
중소형 OLED 투자 및 파트너십 강화로 생존 모색
LG전자가 계열회사인 LG디스플레이를 전격 지원한다. 지난 3월 1조원을 빌려준 데 이어 이번에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로 LG디스플레이 심폐소생에 나선다.
올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재무적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LG전자의 지원으로 재도약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LG전자 역시 계열회사가 수익성이 높은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에 집중하게 돼,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19일 밝혔다. 전날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상장 이후 처음이다. 전날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경쟁력 및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1조3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수는 약 1억4200만주이며 증자 비율은 39.74%다. 예정 발행가는 20% 할인율을 적용해 9550억원으로 책정됐다.
LG전자는 신주 가운데 5173만7236주를 청약할 예정이다. 예정 발행가(9550원)로 환산하면 약 4941억원이다.
LG전자의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참여는 예견된 일이었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37.9%다. 운영자금 및 채무상환으로 자금 투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애초에 LG전자의 지원사격을 두고 유상증자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LG디스플레이는 불과 9개월 전인 지난 3월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빌리기도 했다. OLED 사업 경쟁력 강화와 운영 자금 확보가 목적으로, 2026년 3월까지 갚아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오랜 기간 적자를 거듭하며 재무 여력이 바닥난 상태다.지난해 2조850억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올해에는 3분기 동안 2조6419억원의 손실을 봤다. 4분기에는 흑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나, 3분기 누계 적자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재무지표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3분기 누계 단기차입금은 15조5570억원이며 순차입금 비율은 3분기 기준 150.7%로 1년 전 84.2%와 비교해 2배 가량 뛰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EBITDA 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중소형 OLED 관련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9월 말 순차입금은 13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며 "3분기 누적 세전손실이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대규모 손실로 부채비율도 322.2%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북미 전략고객사(애플)향 스마트폰용 POLED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세트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며 출하량과 판가가 2분기 수준에 머무는 등 실적 개선 요소들이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적자의 늪에 빠진 LG디스플레이로서는 흑자 기조를 이어갈 사업 체질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TV 시장이 지속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LG디스플레이 이익을 깎아내린 대형 패널 수익성을 제고하고,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 등 중소형 OLED의 경우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이 요구된다.
특히 중소형의 경우 내년 1분기 가동 예정인 IT OLED 라인 가동 정상화가 필수적이다.이 설비는 태블릿 PC 뿐 아니라 노트북, 차량용 OLED 패널 생산까지 아우를 수 있어 뚜렷한 수익 제고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은 내년 OLED 아이패드, 2025년 OLED 맥북 출시에 나설 예정으로, 이 로드맵대로 패널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KB증권은 " 6세대 OLED 신규 라인은 하이브리드 생산 방식으로 향후 4조원 규모의 8세대 OLED 신규 투자도 대체 가능할 전망"이라며 "수명과 내구성이 강화된 투 스택 탠덤(Two Stack Tandem) 구조로 설계돼 OLED 라인에서 투자 효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4000억원을 중소형 OLED 시설 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애플 등을 정조준해 IT용 OLED 생산라인의 2024년 양산·공급체제를 준비하는 한편, 올 하반기 증설된 모바일용 OLED 생산라인의 클린룸 및 IT인프라 구축 등 설비투자도 병행해 모바일용 제품 출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수익성이 높은 전장(오토) 사업에서도 수주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차량용 OLED 패널 생산라인 확장 관련 인프라 구축과 노광장비, 검사기 등 신규 생산장비 도입자금으로 활용한다.
TV 등 대형 패널에서는 삼성·LG전자의 OLED·LCD(액정표시장치) 구매 확대를 기대중이다. LG전자는 올레드 TV를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출하량을 보면 LCD TV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1~9월 올레드와 LCD를 합친 LG전자 TV 출하량은 1629만7800만대로 이중 올레드 TV(203만6800대) 수치를 제외하면 LCD TV 비중은 무려 87.5%에 달한다.
삼성의 경우 'TV 1등' 타이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물량 축소 수순을 밟고 있는 BOE 대신 타사 LCD 패널을 확대할 공산이 높다. 삼성QLED는 LCD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물량·라인업 문제에서 자유로운 LG 패널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삼성 LCD TV 출하량은 1~9월 기준 약 2658만대다.
시장전망기관인 옴디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CD 조달 물량에서 LG디스플레이 비중을 2023년 8%에서 2024년 16%로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LG디스플레이로서는 대형 패널 부진을 딛고 일어설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로서도 중요한 공급선인 LG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물론이고 자동차부품, IT, 사이니지 등 다양한 핵심 사업의 전략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거래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TV 뿐 아니라 전장, IT 등 중소형과 대형을 아우르는 패널 공급사로서 LG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이 회사를 지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낫다는 판단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계열회사 재무 정상화는 LG전자 입장에서도 호재다. LG디스플레이 지분 37.9%을 들고 있는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손익에서 지분율만큼을 손익에 반영한다. 3분기 누계 LG전자 지분법 손실 규모는 1조601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LG전자는 "중·장기 관점에서 LG디스플레이의 재무구조 안정화 및 사업 경쟁력 확보가 곧 대주주인 LG전자에 긍정적 요인(지분법 손익 개선 등)으로 작용하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고 말했다.
형인 LG전자로부터 올해 두 번이나 지원을 받게 된 LG디스플레이는 적자에서 탈출하고 경쟁사를 압도할 기술 확보 및 설비 투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OLED 투자 여력이 생긴 상황에서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협력 비중을 높이고, 대형에서는 삼성·LG전자와의 파트너십 제고가 요구된다.
IBK투자증권은 "시설 자금(4159억원)은 6세대 IT OLED 투자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금 확보로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