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수, 진료 감시 허술해지는 것 알았다…매번 당하는 교정 당국이 문제" [법조계에 물어보니 268]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3.11.06 21:39
수정 2023.11.07 00:45

김길수, 4일 오전 6시 20분쯤 안양시 한 병원서 도주…법무부, 현상금 1000만원 걸고 추적中

법조계 "기존 도주 사례와 매우 유사해 답답…교정당국, 인권 보호 요구에 수갑 해제 거부 어려웠을 것"

"잦은 도주 사건으로 시민 불안 가중…수감자 도주 대비한 비상계획과 경보체계 관련 법령 강화해야"

"재방 방지 위해 감독 인력 충원해 보안 강화하고 구치소 내 진료 가능하도록 의료시설 확충해야"

김길수 수배전단.ⓒ법무부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던 김길수가 치료 도중 병원에서 도주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김길수의 경우 이미 구치소, 교도소 수용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외래진료 시 감시가 허술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과거부터 비슷한 사례가 꾸준하게 있었다. 김길수도 과거 사례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특히 "매번 당하는 교정 당국에 문제가 있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감독 인력을 더욱 충원해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6일 교정 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김길수는 지난 4일 오전 6시 20분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병원에서 도주했다. 경찰은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7시 20분쯤 교정 당국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사흘째인 이날까지 김길수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법무부 등은 기존 500만원이었던 현상금을 1000만원으로 올리고 그의 뒤를 쫓고 있다.


문제는 김길수처럼 수감자가 병원에서 도주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014년 4월에는 부산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30대가 치료를 위해 찾은 부산 내 대학병원에서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다.


연쇄 성폭행범 김선용은 2015년 8월 대전 병원에서 도주해 또다시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또 2018년 8월에도 부산에서 사기와 상해 혐의로 구속됐던 수감자가 병원에서 도주했다. 지난해 5월에도 안과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병원에 입원했던 수감자가 도주했다가 체포됐다.


입원 치료 중 달아난 특수강도범 김길수(왼쪽 사진). 4일 오후 4시 44분쯤 김길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화면.ⓒ법무부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김길수의 경우 이미 구치소, 교도소 수용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외래 진료 시 감시가 허술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실제로 외래 병원 등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매번 당하는 교정 당국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도주 사례들과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왜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을까 답답하다. (병원은) 실제 도주가 제일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면서도 "인권 보호를 요구하니까 수갑 해제를 무조건 거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거부할 경우 (수감자가) 인권위 등에 제소하고 진정하지 않느냐. 다만 잦은 도주 사건 발생으로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을 적극 고려해서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수감자 도주에 대비한 비상계획과 경보체계 관련 법령을 강화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감자 도주 시 경찰의 협조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과 강화된 업무협약을 통해 교정시설로부터 파견된 교도관 및 경찰이 감호과 소속 인력과 함께 외부계호 업무도 담당하게 하는 방안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수감자들의 '치료 도주'가 반복되는 이유는 수감자가 외부로 나갈 수 있고 필요시 보호장비를 해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과거부터 비슷한 사례가 꾸준하게 있었다. 김길수도 과거 사례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감독 인력을 충원해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수감중 치료가 필요한 경우 (구치소나 교도소) 시설 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무래도 시설 외에서는 철저히 감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병원 진료의 특성상 교도관 등이 모두 참여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이른바 '치료도주'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설 내에서도 진료 및 치료가 가능하도록 의료시설, 인원 확충이 필요하고 치료 때문에 나가는 경우에도 도주 방지를 위해 담당 의료기관 지정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지금은 (김길수) 추적,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은) 차후 문제일 것 같다. 일단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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