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p 격차면…' 강서구청장 보선, 어느 한 쪽은 리더십 치명타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3.10.10 05:00
수정 2023.10.09 21:42

사전투표 6~7일 종료…본투표 11일

수도권 위기론 가중 vs 친명 체제 쇄신

승패 예단 힘든 상태서 '박빙'될까 촉각

진교훈 더불어민주당(오른쪽),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가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SK브로드밴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맞붙는 첫 선거인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본투표만을 남겨뒀다.


큰 격차로 패배 시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의 가중을 피하기 힘들게 된다. 민주당으로서도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공고히 했던 '친명 체제'에 대한 쇄신 요구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참패할 경우 책임론에 따른 지도부 사퇴 주장 분출도 당연한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각 당의 지도부의 명운을 결정할 압승과 대패를 가르는 격차는 '15%p'라고 보는 시각이 여야 모두에서 지배적이다. 각 당 모두 15%p에 준하거나 그 이상 되는 격차로 선거를 지게 되면 김기현 혹은 이재명 지도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보선에서 패배를 할 경우 국민의힘은 △친윤 일색 지도부를 보다 확장성 있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의 경우에는 △비명과 친명 간 갈등 격화라는 악재에 처하게 된다.


특히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에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지역구 현역 의원 3명 모두 민주당 소속인 점 등에 비춰 강서구를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강세 지역으로 보는 기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선 패배를 하더라도, 격차만 크지 않다면 '선방'의 개념을 가동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미 이번 보궐선거의 성격은 단순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복권 결정으로 후보가 된 김태우 후보와, 이재명 대표가 전략공천한 진교훈 후보의 대결이란 점에서 '대선'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로 선거의 판이 키워졌다.


국민의힘 내부 "원래 야당 강세 지역" 의미 축소
승기 내주면 친윤·비윤 당 장악력 놓고 내홍 전망
소폭 격차 패하면…"민주당, 여론 위기 느껴야"


국민의힘 내부에선 '소폭 격차'로 패배할 경우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는 출구전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빙 혹은 그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득표로 패배를 할 경우, 오히려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에서 나름 선전을 했다는 의미 부여를 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 갑·을·병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이며,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좀 더 많은 득표(2.18%p차)를 했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명분 축적에 나선 모습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소폭 차로 패배를 할 경우를 가정해 "야당의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지역인데도 이렇게 여론이 좁혀진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내년 총선의 판도가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고, 오히려 민주당에서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국민의힘이 패배할 것이라는 전제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15%p' 전후 격차로 참패할 경우에는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그간 숨을 죽이고 있던 비윤·반윤 인사들이 친윤계의 당 장악에 일제히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이 어수선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 지도부에서는 일축을 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나, 일각에선 '비대위 체제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 "15%p 차" 자신하면서도 경계
의외로 박빙 승부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국민의힘 대승하면 "李에 대한 구민 불신"


민주당 내부에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형성된 분위기다.


민주당 소속 의원 일부는 15%p 가량 격차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설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런 기대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재·보궐선거는 다른 선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다는 점에 대한 경계심도 내비치는 중이다. 예상과 달리 상당한 박빙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외적인 설명이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봤을 때, 양당의 득표 격차는 민주당에서 기대 중인 15%p보다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를 가정해 묻자 "지금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굉장히 높고, 강서구가 텃밭으로 여겨지며 민주당이 계속 이겨왔던 곳"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떤 수치로든 패배할 경우에 대해선 "'이재명 대표가 아닌 다른 당대표였다면 이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여권과 반대 계파의 공세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10%p 이상까지 차이가 날 경우 이재명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구민들의 불신으로 인해 민주당을 대안으로써, 압도적으로 선택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쪽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소폭 격차로 승리했을 경우에는 '어차피 이길 곳에서 이겨 구청장직을 가져왔다'라는 평가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비명계에서는 '어설픈 승리'를 이유로 이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큰 격차로 승리를 하지 못할 시에는 계파 갈등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두 자릿 수 격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을 때이다. 이 경우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을 돌렸던 친명 지도부를 향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 요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면서 당이 다시 한 번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6일 오전 서울 강서구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화곡 제6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기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5~6일 사전투표율 역대 지선·재보선 넘어
與 "민주당 후보 실망 구민들 투표장 나와"
野 "윤석열 정권 국민 심판 정서 따른 것"


현재로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어느 당이 이길지를 예단하기가 힘든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7일 진행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 강서구 전 유권자 50만603명 중 11만3313명(22.64%)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 기록이다. 이에 정치권은 본투표에서도 투표율이 높을지, 또 투표율이 높으면 실제로 어느 당이 유리한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이번 보선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을 점칠 '바로미터'가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리전 구도가 된 데 따른 관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사전투표율에 대해 민주당 후보에 실망한 강서구민들이 투표장에 나온 것으로 보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단순한 구청장 선거를 넘어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 정서가 담긴 것으로 보고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혹은 여야의 투표 독려에 따라 당원 중심 '동원전'의 열기가 사전투표율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본투표일은 11일이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