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중 친명' 띄워주기 나선 野 지도부…비명계 '학살' 예고?
입력 2023.10.10 01:00
수정 2023.10.09 21:23
홍익표 "당에 도움 안 되면 공천 못줘"
이재명·지도부, 친명 원외 스킨십 확대
대다수 '비명계 지역구' 도전장 낼 듯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숙청을 시사한 반면, 친명 원외 인사들과는 함께 찍은 인증사진을 남기면서 친명 중심의 내년 총선 공천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9일 야권에 따르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이 대표 체포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과 관련 "시스템에 의해서 공천을 하겠지만,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당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갖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가결의 후폭풍이 공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선 이른바 '친명 중 친명'으로 불리는 원외 인사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다.
단식을 끝내고 녹색병원에서 회복 치료 중이던 이 대표는 지난 3일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 사회복지사협회장을 지낸 진석범 당대표 특보와 만났다. 친명계 원외 인사인 진 특보는 현재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 출마 예정이다.
진 특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처음 성남에서 대표님을 만나뵙고, 그가 꿈꿔오던 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사람과 평생 함께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된 그 때의 이재명과 현재의 이재명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 사무소 앞에서의 1인 시위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번 체포안 가결은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당내 화합을 해치는 부류를 확실히 심판해야 할 계기가 돼야 한다"며 "당의 분열을 조장한 배신자들을 당원들의 주어진 권리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은 국회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이튿날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를 변호 중인 김기표 변호사도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만난 사진을 여러 장 게재하면서 "녹색병원에서 회복 중이신 이 대표님을 뵀다"며 "하루 빨리 온전히 회복하셔서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더욱더 큰 활약하시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현재 김 변호사는 설훈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경기 부천을에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설 의원도 비명계로 분류된다.
친명 원외 모임으로 비명계 축출을 지속 압박하고 있는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위원장(전 경기도 농수산진흥원장)은 비명계 송갑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갑에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이처럼 '친명 중 친명' 원외 인사들의 출마 예정이 임박하면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은 '수박(개딸들이 민주당내 소신파 의원들을 겉과 속이 다르다고 매도하며 붙인 멸칭) 당도 감별' 명단을 유포해 비명계를 향한 공세에 화력을 더하고 있다. 수박 당도가 높을 수록 '반명'(반이재명)으로 분류된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명단에 이름이 올라온 데 대한 타격도 없고, 민주당이 이런 장난에 놀아날 여유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을 패배의 길로, 박근혜 정권을 폭망의 길로 이끌었던 시초가 '진박감별사'"라며 "민주당이 그 길을 똑같이 가서는 안 된다. 이 대표 체제가 그 길로 걸어 들어가는 거는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