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품목 옛말…K푸드 열풍 속 설 자리 잃은 ‘인삼’
입력 2023.10.05 06:00
수정 2023.10.05 06:00
인삼의 눈물…10년새 소비 35%↓
재배 ‘농가·면적·생산량’ 트리플 감소
가격 인하…소비 촉진 돌파구 찾아야
올해 인삼 생산량 작년보다 많을 듯
한국을 대표하는 약용 작물인 인삼이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 속에도 명성을 못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삼 국내 소비는 10년 새 35%가 줄었다. 소비가 감소하면서 모든 지표가 나빠졌다. 2012년 4년근 인삼 평균 도매가격은 750g당 3만2906원이었지만 지난해 2만8972원으로 12% 가까이 떨어졌다.
물가 오름세와 비교했을 때 농민들이 느끼는 가격 하락 폭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지표에 농가에서는 확실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삼을 재배하는 생산원가도 올라가면서 인삼재배를 그만두는 농가도 늘어났다. 수익성 악화 탓에 재배 농가는 10년 사이에 5000가구 이상 줄었다. 2012년 2만3795 농가는 2022년 1만8236농가로 23%가량 감소했다.
재배 면적도 동시에 줄었다. 같은 기간 9% 이상 감소해 작년 기준 1만4734㏊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간 생산량도 10년 새 15% 하락한 2만2020t으로 집계됐다.
인삼 관련 업계는 수요감소와 판매 부진으로 현재 인삼 재고 물량이 2조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삼 경작은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경작 예정지 지력 관리에 1~2년, 재배에 4~6년이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삼 농사 자체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인삼가격도 점차 내림세를 보인다.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올해 인삼(수삼) 구매 가격은 지난해보다 2.24% 감소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본삼(S급)의 경우 ㎏당 4만8100원으로 지난해(4만9200원)보다 1100원 인하됐다. 파삼은 900원 하락했다. 파삼은 인삼의 모양이 고르지 않아 홍삼 등 가공용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삼 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8000억원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약 2000억원이 외국인, 관광객 등이 거쳐 가는 면세점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서울에 한 면세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삼 관련 판매량이 소폭 회복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매출이 마땅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도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2년 인삼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인삼 수출액은 2020년 2억2976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6973만 달러를 기록했다. 3년 새 약 4000만 달러가 늘어났지만 소폭 상승한 정도에 그쳤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상황을 대비하고자 소비 촉진과 경영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농협 등과 대규모 할인행사, 판촉행사 등을 진행하고 민간 업체와 함께 소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 홍삼 가공업체인 농협과 인삼공사는 올해 인삼을 작년 구매량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수매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인삼 소비 촉진을 위해 팔을 걷었다. 충남 금산군은 이달 6~15일 금산 세계 인삼 축제를 개최한다. 특히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직접 컨설팅한 인삼 음식을 판매한다.
아울러 인삼협회는 올해 수확기(9~11월) 인삼 생산량은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인삼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장기적인 대책을 내놔 판로 개척, 지원 등을 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가 원하는 제품 개발과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