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파서 장사하나”…편의점·외식업계, 인건비 인상에 ‘부글부글’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7.19 11:20
수정 2023.07.20 06:47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마무리…9860원 최종 결정

편의점 업계, ‘나홀로 경영’ 무인매장 더 늘어날 것

외식업계, 식재료비 상승에 인건비까지 ‘최악’ 호소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된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최저임금 인상 압박이 평년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 한 번 인상되면서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액을 시간당 9860원으로 의결했다.


인상률은 2.5%로,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다. 노사 간 치열한 공방 속에 결국 1만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정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난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반발과 ‘1만원’ 자체가 가지는 파급력도 고려됐다.


한 편의점 계산대에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 편의점 업계, 업태 특성상 더 큰 부담…“무인매장 더 늘어날 것”


문제는 자영업자다. 치솟는 인건비에 ‘나홀로 경영’을 이어가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가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대비해 아르바이트 없이 혼자 일하거나 무인 점포로 돌리고 영업시간을 줄이는 등 각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궁리 중이다.


특히 편의점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이 높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을 모두 출근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해야 한다.


주 단위로 임금을 정할 때 근로시간 수와 주휴 시간 수를 합산해 최저임금을 계산한다. 야간수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땅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임대료부터 전기세, 인건비 상승폭이 너무 커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실질적으로 혼자 12시간 정도 일을 하는데, 이렇게 일하고도 알바생보다 못 가져가기도 한다. 야간에는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편의점 점주들은 낮 시간엔 점주가 운영하고 야간엔 무인으로 전환하는 혼합형 점포로 빠르게 전환해 나가고 있다. 매장에 직원이 없어도 고객이 직접 계산할 수 있는 무인편의점은 6월 말 기준 전국에 3530곳이다. 2019년 말 208곳과 비교해 3년 반 만에 17배로 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 본사도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편의점을 방문하는 방문자의 감소로 24시간 미운영 점포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당장 점주들의 부담을 최소화 시켜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최소화됐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의 인건비 수준이 이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인상 자체가 분명 부담이 될 것이고,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적 피부로 느끼는 최저시급은 이미 1만원이 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점포에선 근무자 채용하는데 더 부담이 높아질수 밖에 없고, 하이브리드 운영 모델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며 “본사도 가맹점의 실질적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는 상생지원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음식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 외식업계 “키오스크 도입‧근무단축 가팔라질 것”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소식을 두고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암흑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올해 최저임금(9620원)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외식업계는 현재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밀가루·식용유 등 식자재 수입난을 겪으면서 재료비가 폭등해 상황이 어려운 데다, 구인난으로 최저임금 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사람을 쓰고 있는데 경영애로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지금 아르바이트생 2명을 쓰고 있는데 구인난으로 이미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돈을 주면서 인건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임금 인상 시 근무시간 단축이나 키오스크 도입 등이 더욱 보편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풀린 유동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치솟는 물가를 더욱 자극해 임금발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이 민간소비 위축, 고금리로 인한 투자 위축 등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영업자로선 내년에도 매출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C씨는 “이미 물가인상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고충을 겪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또 한번 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며 “겨우겨우 버텨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일자리 창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이번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 생산성과 사업주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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