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윤재옥이 평가한 민주당 "박광온은 나보다 부드럽지만…"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3.07.15 00:00
수정 2023.07.15 00:00

여야 원내대표 호흡 좋지만

민주당의 벽은 넘기 힘들어

'일사불란' 국민의힘과 달라

14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여소야대 속 168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하는 윤 원내대표는 지난 100일 동안 단 하루도 쉬운 날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협상 파트너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관계는 매주 월요일마다 점심식사를 할 정도로 좋지만, '민주당의 벽은 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과 비교해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민주당이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이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의회정치 복원'의 어려움부터, TK(대구·경북) 총선 물갈이론,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실업급여 문제 등 각종 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취재진과 질답을 주고 받았다.


그는 먼저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말씀드린 것이 '의회정치 복원'이었는데 사실상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서 부끄럽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협상 환경이 좋지는 않겠지만, 선거법·내년 예산 등 첨예한 과제들을 원만하게 풀어내고 시급한 민생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 원내대표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입법 현황을 살펴봤더니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이 총 329건인데 이제 겨우 132건이 통과됐고 197건이 아직 국회에 잡혀 있다"며 "모두가 국민과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이다. 현실적으로 21대 국회에서 다 통과시킬 수는 없겠지만, 하나라도 더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민주당도 선거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치켜세운 윤재옥 "대화가 되시는 분"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향해 "나보다 부드러우신 분" "합리적 의회주의자" "대화가 되시는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들로, 매주 월요일마다 함께 오찬을 하며 양당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종종 이 오찬에 참석해 양당을 향한 격려와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환상의 호흡' 속 각종 현안에 대한 두 원내대표 합의안이 결국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다른 당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내 판단으로는 민주당이 당내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우리 당보다 힘든 것 같다"며 "우리 당은 당내 이견이 있어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해서 설득하면 거의 수용해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법안 하나를 처리하는 데에도 개별 의원이 반대하면 발목이 잡히는 일들이 많다"면서 "보호출산제도 민주당에 찬성하는 의원이 많은데 일부 의원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니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각 당의 환경과 처해진 상황이 법안처리 합의에 약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정치 복원의 최대 장애물에 대해선 "결국 극단적인 지지자들의 행동으로 인해서 상당히 진전된 합의를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균형잡힌 생각을 갖고 양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우리 양당 원내지도부가 뜻을 모아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양평道 국조 "NO"…TK 물갈이론도 강하게 반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과 극한 대치 속에 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국정조사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윤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국민적 요구와 법 위반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돼야 양당이 합의할 수 있는데 그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 때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보고서가 2021년 4월 30일 발표됐는데, 그 보고서마저도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 제시가 있었다"고 했다.


당정의 실업급여 수급자 비하 논란에 대해선 "당정 과정에서 있던 발언과 관련해 조금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사실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수급하는 일들이 좀 많고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이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 적극적으로 취업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 우려되는 여론을 전부 취합해 개선 여지가 있으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 개방 결정 과정에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민간위원들이 사업 반대 단체 인사로 이뤄졌다는 감사원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 사안을 볼 때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진상규명 후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윤 원내대표는 TK 총선 물갈이론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대구·경북이 우리 당 핵심 지역임에도 선거 때 이런 이야기가 나와 지역 정치권이 너무 피폐해지고 정치력이 약해진다"고 했다.


이어 "의원 물갈이는 좋은 물갈이가 돼야 하는데 교체율만 높이는 게 좋은 거냐, 좋은 사람으로 교체해야 좋은 물갈이"라며 "TK 정치인들에게 엄청난 부정적 영향이 미친다. 좋은 분들이 좋은 정치를 하고, 사람을 통해서 정치·지역구 문제가 선순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컥하는 모습도…"과분한 평가는 원내지도부의 공"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 원내대표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0일에 대해 "그동안 나를 과분한 평가를 해준 기사도 있었고 채근하는 기사도 있었다"며 "과분한 평가에 대해서는 나 자신의 공으로 생각하기보다 이양수 수석을 비롯한 원내 지도부의 도움으로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더 분발하겠다"며 목이 메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100일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선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라고 기념일이라든지 특별한 날에 비중을 많이 두는 편이 아니다"라며 "하루하루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실수하지 않아야겠다, 좀 더 긴장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늘 하고 있어서 특별히 100일 동안 어려웠다 이렇게 기억하기보다는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보람된 순간에 대해선 "어떤 기자가 뽀로로 캐릭터에 나오는 루피와 닮았다는 전화를 해줬는데 이렇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언론도 있고, 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우리 원내지도부가 정말 관계가 참 좋아서 되게 '나는 참 인복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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