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유골함 놓고 시부모와 소유권 소송 며느리…승자된 까닭은 [디케의 눈물 7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3.04.19 04:54 수정 2023.04.19 04:54

시부모, 며느리가 봉안당 개방 못하게 하자 소송 제기…부부 사이 태어난 딸이 단독상속

법조계 "유골 등 제사용 재산, 주재자가 단독상속…시부모, 관리비 냈어도 소유권자 아냐"

"1살 딸, 성인 되면 소유권 돌려받아야…그 전까지 친권자인 며느리가 대리 행사"

"시대 및 관습 변해 인식 달라져…각 가정의 전통 및 상황 고려해 법원서 주재자 지정해야"

ⓒgettyimagesBank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하다 숨진 남편의 유골 소유권을 두고 일어난 시부모와 며느리 간 법정 분쟁에서 며느리가 승소했다. 법조계에서는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였다고 해도, 승계 순위상 소유권이 딸에게 내려가고 그 친권자가 며느리인 만큼 관리권이 그에게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대가 변하고 관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 만큼 승계 순위를 법적으로만 정할 것이 아니라 개별 가정의 전통이나 상황에 따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4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김세현 재판장)는 남편 A씨의 부모가 A씨의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유골함 소유권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0년 8월 아내 B씨와 결혼식을 올린 후 혼인신고를 따로 하지 않고 신혼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1년 뒤 A씨가 숨졌고, B씨는 2021년 11월 딸 C양을 출산했다. A씨 부모는 며느리인 B씨와 함께 경남의 한 봉안시설에 유골을 안치하고 사용 계약을 공동 체결했다.


그런데 A씨가 세상을 떠난 지 5달 뒤부터 B씨는 자신의 허락 없이 유골함이 보관된 칸의 문을 열거나 조화, 사진 등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 A씨 부모는 이를 문제 삼으며 자신들이 봉안시설 사용료와 관리비를 전액 부담했고, 사실상의 제사 주재자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부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선조의 유체·유골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되는데, A씨 딸이 제사 주재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트리니티 김상훈 변호사는 "'민법 1008조의 3'에 따르면 일반 상속재산과 달리 제사용 재산은 제사 주재자가 단독상속한다고 돼 있다. 이 제사용 재산 안에 분묘가 포함되는데, 그 안에 있는 유골도 함께 포함된다고 해석한 것"이라며 "봉안시설 및 유골 관리 비용을 시부모가 냈다는 것은 사실상의 문제고 소유권자를 정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율샘 김도윤 변호사는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제사용 재산을 승계 받는 순위를 규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승계 순위는 장남, 장손자, 장녀 등 순이다"며 "A씨의 경우 장남, 장손자 등이 없었으므로 장녀(C양)가 소유권을 갖게 되는데, C양이 1살인 미성년자인 까닭에 그 친권자인 며느리(B씨)가 소유권을 대리행사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B씨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였다고 해도, 승계 순위상 소유권이 C양에게 내려가고 그 친권자가 B씨인 만큼 유골 관리권이 B씨에게 간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만약 C양이 법적인 미성년자를 벗어나 성인이 될 경우, 친권자가 필요 없어지기에 C양에게 소유권이 가게 된다"고 전했다.


법률사무소HY 황미옥 변호사 또한 "1살의 여아(C양)는 망인의 유일한 자녀, 유일한 상속인으로서 단독으로 제사 주재자가 돼 망인의 유골을 소유하게 된다"며 "이로써 망인의 부모는 유골에 대해 아무런 소유권이 없다고 판결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제사 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이 제사 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 주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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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재판부의 이번 판단을 두고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판결이나, 다소 형식적으로 판단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변호사는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당시에는 국민정서나 사회 분위기상 제사 주재자는 장남이 하는 것이라 인식했다. 그 이후 시대가 많이 변하고 관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며 "1순위, 2순위를 법적으로만 정할 게 아니라 실제 가족관계 및 개별 가정의 전통이나 상황 등을 고려해 법원에서 가장 적절한 자를 제사 주재자를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령, 제사 주재자 1순위가 장남인데 그 장남이 외국 등에 있어 사실상 주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모를 직접 부양한 막내딸이 주재자가 될 수 있는 게 맞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김도윤 변호사는 "추후 유골함 관리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시부모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으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리된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일반인이 보기에 판례가 다소 어려운 탓에 법원에서도 쉽게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다수의견을 냈고, 그것이 지금의 판결 기준이 되기는 했으나, 실제 당시 13인의 대법관 중 4인의 대법관이 반대의 의견을 낼 정도로 상당한 이견이 존재한 판결이었다"며 "더불어 1살의 유아에 불과한 C양에게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지에 관해 조금 더 면밀히 따지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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