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디케의 눈물 67] 대법 "미성년 수술 부작용, 부모에게만 알려도 된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3.04.10 04:16 수정 2023.04.10 04:16

법조계 "미성년자, 민법상 친권자와 상호 위임관계…대리인 계약 체결시 본인에게 효력 발생"

"12살 아동, 수술여부 결정 어려워…자기결정권 부모가 가졌다고 판단"

"미성년자, 대부분 친권자 보호 아래 치료행위 선택…부모 통한 전달이 복리 위해 바람직"

"미용시술·지방흡입수술 등 개인 선택 따른 부작용은 설명의무 이행돼야, 오히려 강화돼야"

ⓒgettyimagesBank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 대신 부모 등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후유증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알렸다면 설명 의무를 다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본인에게 설명해야 하지만 미성년자는 친권자의 보호 아래 치료 행위를 선택 및 승낙하는 상황이 많은 만큼 친권자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복리를 위해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환자 A씨와 모친인 B씨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12살이었던 뇌질환 환자 A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위한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시행하기 앞서 뇌혈관 조영술 검사를 받았다. A씨는 조영술을 받은 뒤 급성 뇌경색이 발생해 후유증으로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가 왔고, 언어기능이 떨어졌다. B씨는 병원이 조영술을 하던 중 과실이 있었고, 조영술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며 병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B씨에게만 뇌혈관 조영술에 관하여 설명했을 뿐 A씨 본인에게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 서울대병원이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A씨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판결은 아니라고 봤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김미연 변호사 "민법상 계약시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 대리인이 미성년자를 대리하게 돼 있고, 대리인이 계약을 체결하면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한다. 상호 법적인 위임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며 "미성년자에 대해 법정대리인의 권한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아직 법적으로 미성년자가 충분히 성숙하게 행위할 수 없는 지점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프렌즈법률사무소 이동찬 변호사는 "손해배상이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설명의무는 환자가 듣고 이해했을 때 수술을 거부할 수 있을 정도의 의무다"며 "12살 어린 아이는 이 수술을 받을지 받지 않을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 이 경우 자기결정권을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갖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는 "특히, 이번 사건에서 환자 A씨가 앓았던 '모야모야병'의 경우 뇌혈관에 광범위하게 문제가 생기는 병으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아주 위험한 희귀성 질환이다"며 "효과나 부작용,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위험성 등에 대해서 미성년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병이다"고 강조했다.


모야모야병은 양측 뇌혈관의 내벽이 두꺼워지면서 일정한 부위가 막히는 특수한 뇌혈관 질환으로, 뇌동맥 조영 영상이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해지면서 뿌연 담배 연기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 '모야모야'라는 이름이 붙었다. 희귀성 질환인 까닭에 수술 난이도도 높고 부작용 가능성도 적지 않은 편이다.


ⓒgettyimagesBank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는 "부작용을 사전에 아이한테 설명했다고 결과가 달라졌을지 의문이다"며 "아이의 자기결정권 행사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자기결정권 판단할 때는 가정적인 생각도 해야 한다. 통상 성인이 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왔다면 동의 없이 수술이 이뤄진다. 만약 사고자가 온전한 정신이었다면 수술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설명의무를 의료인 쪽에서 다 했느냐'에 대한 부분을 다룬 것 같다"며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본인에게 설명해야 하나, 미성년자는 친권자의 보호 아래 치료행위를 선택, 승낙하는 상황이 많으므로 친권자를 통해 설명을 전달하는 것이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취지다"고 말했다.


정이원 변호사는 "미용시술이나 지방흡입수술 등 개인의 선택적 행위에 따른 부작용은 설명의무가 이행돼야 한다.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그와 달리 미성년자에 대한 난이도 높은 수술이나 희귀질환 치료 등은 그 부작용을 보호자에게만 설명해도 충분하다. 특히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수술의 경우, 일부 절차 위반이 있다고 해도 설명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들면 안 되는 만큼 설명의무 위반을 완화해 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케의 눈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