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시켜 출당 시키란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이낙연 빈소 들어선 이재명 향한 외침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4.10 00:00 수정 2023.04.10 00:00

13개월만에 마주했지만 독대 안해

관계자 배석한 가운데 20분 머물러

이낙연 "당을 잘 이끌어달라" 당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의 장인 빈소를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자 한 시민이 이 대표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의 장인상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질타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9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낙연 전 대표 장인상 빈소로 들어섰다. 조정식 사무총장과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등 소수 인원만을 대동한 채 이 대표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서자, 스스로 민주당 지지자라 밝힌 인물이 이 대표를 향해 "개딸들 시켜서 이낙연 출당조치 시키란 사람이 여기를 어떻게 무슨 낯짝으로 조문을 온다는 것이냐"고 외쳤다.


앞서 이재명 대표의 맹목적 극성 지지층을 뜻하는 '개딸'들은 지난 2월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소신표'가 대거 쏟아지자, 난데없이 이낙연 전 대표를 출당(黜黨)시켜 영구제명하라는 청원을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렸다.


이 청원에는 '개딸' 수만 명이 몰려들어 동의를 보냈지만, 지난달 16일 조정식 총장에 의해 사실상 거부됐다. 청원의 주요 내용이 허위사실인 경우에는, 당은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이날 민주당 지지자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개딸들 시켜서"라며 항의한 것은, 이같은 청원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운신을 제약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으며 그 배후는 이 대표 측이라고 의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이낙연 전 대표의 장인상 빈소에 20여 분간 머물렀다. 지난해 대선 선대위 해단식 이후 무려 13개월만에 마주한 두 사람이지만 별도의 독대는 없었으며, 민주당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나서는 이 대표를 빈소 앞까지 배웅하며 예의를 표했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재명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배석자가 있었기 때문에 배석자들을 통해서 대화 내용이 전해졌다.


천준호 대표비서실장은 "애도만 표시했다"고 전했으며, 한민수 대변인은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했으며, 이 전 대표는 거기에 대해 '조문 와줘서 고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는 전언이 있었던 반면, 이낙연 전 대표가 먼저 '당'을 언급했다는 전언도 있었다.


이병훈 의원은 "장지를 어디 모시고 입관식 때 눈물이 나더란 인간적 얘기가 있었다"며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가 특강한 내용이 참 좋더라고 했고, 이 전 대표가 6월 베를린에 가서 특강을 하고 6월 하순에 귀국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당을 잘 이끌어달라'는 이낙연 전 대표의 이야기에 이재명 대표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오늘은 주로 순수한 문상이 초점"이라고 전했다.


상주와 조문객의 입장에서 대면한 만큼 당에 관한 거론은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낙연 전 대표가 먼저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나온다. '당이 제대로 이끌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 장인상은 10일이 발인이며, 이 전 대표는 출상(出喪)하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가진 뒤 오는 18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 전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체류기간이 끝나면 강연 등을 위해 독일을 거쳐, 오는 6월말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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