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방송에선 시들한 ‘음악 토크쇼’, 왜 유튜브로 가면 인기일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4.09 14:17
수정 2023.04.09 14:17

최근 유튜브에선 음악 토크쇼가 흥행이다. 어반자카파 조현아부터 방탄소년단 슈가, 아이유 등 유명 가수들이 직접 이름을 내걸고 토크쇼의 호스트로 나서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시청률이나 화제성에 밀려 사라지거나, ‘전통성’의 의미로서 존재하는 TV 음악 토크쇼와는 차별이 되는 모양새다.


ⓒ유튜브 캡처

슈가는 방탄소년단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로 ‘슈취타’(슈가와 취하는 타임)를 선보이고 있다. 자신이 만나고 싶었던 스타들을 초대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같은 그룹의 멤버인 RM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타블로, 신동엽, 이성민, 세븐틴 호시, 태양, 지민(BTS) 등이 출연했다. 현재 이 콘텐츠들은 최대 7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조현아는 올해 초 유튜브 채널 ‘조현아의 목요일 밤’을 개설하고 1월 26일부터 음악 토크쇼를 진행 중이다. 첫 게스트로 위너 송민호를 내세웠고 이후 임시완, 미주, (여자)아이들 미연, 세븐틴 승관, 수지 등이 이 채널에 다녀갔다. 이 채널 역시 술을 마시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식이다. ‘조현아의 목요일 밤’도 입소문을 타고 최대 300만 이상의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이에 앞서서도 아이유는 유튜브 채널 ‘이지금’에 약 2년 전부터 ‘아이유의 팔레트’라는 제목으로 비정기적으로 영상을 올려왔다. 이승기, 로꼬, 적재, 있지, 샤이니, 변요한, 공유, 박재범, 세븐틴, 유인나, 지오디(god), 카라 등 다양한 스타들이 방문했고, 최대 조회수 680만을 웃돌며 꾸준히 사랑받는 코너다.


이밖에도 이무진은 유튜브 채널 ‘KBSKpop’을 통해 ‘리무진서비스’를, 크러쉬는 유튜브 채널 ‘크러쉬’에서 ‘블랙복스’(BLACKVOX) 등을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그맨 출신 유튜버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는 영미권 토크쇼를 흉내 낸 ‘피식쇼’를 통해 여러 스타들과 함께 토크를 나누는 등 굳이 ‘음악’에 초점을 맞추지 않더라도 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접근하는 포맷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음악 토크쇼는 TV에선 그리 반길만한 포맷은 아니었다. 최근에도 tvN은 마마무 화사를 호스트로 한 ‘화사쇼’를 선보였고, KBS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후속으로 박재범을 호스트로 한 ‘박재범의 드라이브’를 방영하고 있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흥행에 있어서 성공적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현재 방영 중인 ‘박재범의 드라이브’도 총 9회까지의 방송에서 1%내외의 시청률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음악 토크쇼는 그동안 저조한 시청률 탓에 폐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들 프로그램이 편성되는 시간대 역시 대부분 심야로 한정이 되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1시간 내외의 방송 시간을 채우기 위해선 아티스트의 깊은 이야기보단, 노래를 들려주고 근황 정도를 나누는 식의 대화까지 밖에 이끌어내기가 힘들다”면서 “섭외나 무대 연출 등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과 대비해 큰 효과를 얻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와 비교해 유튜브는 비교적 용이한 면이 있다. 유튜브는 한 회에 한 명, 혹은 한 팀의 게스트를 만난다. 길이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TV 음악 토크쇼와 달리 플랫폼의 자율성이 있기 때문에, 다루는 주제가 자유롭고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를 넘어 특정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와 속이야기까지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최근 슈가가 진행하는 ‘슈취타’에 태양이 출연했던 회차가 큰 이슈를 끌었다. 이는 유튜브의 특성을 활용한 음악 토크쇼의 장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라며 “단순히 신곡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가수로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고,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사실상 TV에서는 사라지다시피 한 음악 토크쇼가 유튜브에서 흥하면서 본연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반갑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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