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출 순위로 본, ‘회전문 관객’의 중요성
입력 2024.11.22 14:08
수정 2024.11.22 14:08
'작품'보다 '배우' 선호도에 따른 관람 경향 짙어
뮤지컬 시장에서 ‘회전문 관객’(같은 작품을 수차례 반복해 관람하는 관객)은 한국의 뮤지컬 산업 급성장의 주역으로 불린다. 일각에선 최근 티켓값 인상 등의 이슈로 회전문 관객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뮤지컬 시장을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공연시장 마니아 관객 성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 4회 이상 유료 공연 관람자 중 67.3%가 한 개의 공연을 반복해서 관람한다고 응답했다.
장르별로 살펴보면 뮤지컬의 반복 관람 비율이 60.4%(평균 4.8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극 44.2%(평균 4.4회), 음악 36.8%(평균 3.3회), 무용 33.7%(평균 3.9회), 국악 31.4%(평균 2.5회)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회전문 관객은 중소극장 뮤지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배우나 가수를 근거리에서 만나면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공연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만족감은 비싼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반복 관람을 이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4년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3분기)’의 중소극장(1000석 미만) 뮤지컬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은 회전문 관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만한 결과가 도출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목록에는 아동 공연인 ‘바다 100층짜리 집’ ‘수박 수영장’ 두 작품을 제외하고 ‘어쩌면 해피엔딩’ ‘살리에르’ ‘사의찬미’ ‘베어 더 뮤지컬’ ‘이블데드’ ‘미오 프라텔로’ ‘빨래’ ‘시데레우스’ 등 모두 여러 시즌을 거듭하며 회전문 관객을 두텁게 양성해 온 작품들이다.
이들 중 ‘어쩌면 해피엔딩’과 ‘살리에르’는 각각 올해 오연, 삼연으로 관객을 찾았고 대극장 뮤지컬들을 제치고 같은 기간 뮤지컬 분야 전체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대극장 공연들 역시 17번째 시즌을 맞은 ‘시카고’, 10주년을 맞은 ‘프랑켄슈타인’ ‘킹키부츠, 15주년 기념으로 공연된 ‘영웅’ 등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다만 여전히 작품에 대한 선호도 보다는, 어떤 배우가 출연하는지 즉 ‘스타’의 출연에 따라 공연의 성패가 갈리는 현상도 이어진다. 이는 주로 스타 캐스팅이 만연한 대극장 만의 문제로 인식됐으나 최근엔 중소극장과 심지어 연극계까지 옮겨붙은 모양새다.
이번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공연 중에서도 ‘어쩌면 해피엔딩’엔 박진주, ‘살리에르’엔 유태양(SF9) 등 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은 배우, 아이돌 그룹 멤버가 속해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유튜브 매체에 적극적으로 출연해 홍보할 수 있는 스타 배우들과는 다르게 소위 스타 배우들이 부재한 신작, 중소작들은 홍보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새로운 관객의 유입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여러 시즌에 걸쳐 진행될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건 회전문 관객의 힘이 크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스타를 출연시켜 단발성으로 화제를 모으는 것도 좋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회전문 관객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